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재촉 이메일‘논란'
신영철 대법관, 촛불재판 재촉 이메일‘논란'
  • 김두평기자
  • 승인 2009.03.05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메일서 “대법원장도 같은 생각” 언급
법원노조 “신영철 대법관 사퇴하라” 촉구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지난해 하반기 촛불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사건 처리를 재촉하는 이메일을 수차례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와 관련 대법원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즉각 대처하고 나섰지만, 일부 이메일에서는 "대법원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5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신 대법관은 지난해 10∼11월 수차례 당시 형사 단독판사들에게 촛불사건과 위헌제청 상황을 언급한 이메일을 보냈다.

당시는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야간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률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재청을 낸 때로, 촛불사건 재판부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로 판결을 미룬 상태였다.

그러나 신 대법관은 같은 해 10월14일 보낸 이메일에서 "나머지 사건은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판결을 미루지 말아 달라는 뜻을 밝혔다.

특히 "대법원장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할 능력도 없고, 적절치 않지만 대법원장님도 대체로 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또 '야간집회관련'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해 11월6일 보낸 이메일에서는 "부담되는 사건을 후임자에게 넘기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미덕"이라며 통상적인 처리를 주문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위헌제청 사건 결정이 2009년 2월 이후로 미뤄졌다는 사실을 전하며 "통상적인 방법으로 재판을 끝내고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외부(대법원과 헌재 포함)의 여러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2월 재판부 변경 전에 어려운 사건을 모두 끝내고 후임재판부에 인계하려던 저와 판사님들의 계획이 상당 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신 대법관은 이밖에도 형사 단독 판사들이 '몰아주기 배당' 문제를 제기한 지난해 7월15일 '양형위원회' 개최사실을 공지하고 "비밀로 해 달라"고 당부하는 메일도 보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이날 윤리감사관 등 10명 이내의 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메일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징계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진상조사를 위한 기구를 구성,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대법관은 이에 대해 "단독판사들이 사건 처리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 같아 소통의 일환으로 보낸 메일"이라고 해명했다고 대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재판 재촉 이메일 파문'을 일으킨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는 "촛불사건 임의 배당, 즉결 양형, 영장기각 사유변경요구 개입한 사실이 신 대법관이 법관들에게 보낸 대내외비 서신을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태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사안"이라며 "법관의 서열식 승진구조 등 사법관료화의 폐해 개선 등 근본적 해결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