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비스, 100년에 1번도 있기 어려운 폭우 뿌렸다"
"하기비스, 100년에 1번도 있기 어려운 폭우 뿌렸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0.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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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후폭풍도 극심… "피해액 천문학적 수준일 것"
지난 13일 일본 나가노현 우에다에서 태풍 '하기비스'가 몰고 온 폭우 속에 지쿠마강(江) 철교 일부가 무너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일본 나가노현 우에다에서 태풍 '하기비스'가 몰고 온 폭우 속에 지쿠마강(江) 철교 일부가 무너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에 100년에 1번도 나타나기 어려운 수준의 폭우를 뿌린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립연구개발법인 방재과학기술연구소는 나가노현을 흐르는 강 지쿠마가와와 미야기·후쿠시마현을 지나는 하천 아부쿠마가와 유역의 내린 비를 분석해 이같이 평가했다.

연구소는 각지의 과거 30년간 자료를 분석해 100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24시간 최대 강수량을 통계적으로 추산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그 결과 이번에 하기비스로 이들 두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최대 강수량 추정치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나가노시의 경우 100년에 한 번 최대 120㎜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계산됐다. 12일 0시부터 13일 0시까지 24시간 동안에는 약 130㎜(기상레이더 해석 기준)의 비가 내렸다.

후쿠시마시도 같은 기준에서 최대 강수량 추정치는 180㎜이었으나 12일 0시부터 13일 0시까지에는 약 230㎜의 강수량을 보였다.

하기비스가 뿌린 비는 이번에 기상청이 발령한 경보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상청은 하기비스가 상륙했을 당시 '호우특별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예상보다도 많은 비로인해 후폭풍도 상당한 수준으로 예측됐다.

하기비스로 인한 전체 피해 규모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전국적인 기반시설 피해와 산업·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은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동일본 각지의 공장·상업시설이 피해를 봤으며 부품 공급망을 따라 산업 생산에 영향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후쿠시마(福島)현 고리야마(郡山)시에 있는 히타치(日立)아이이시스템의 사업장은 태풍의 영향으로 침수됐으나 복구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또 지게차 생산업체인 도요타자동직기는 거래처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아이치(愛知)현 다카하마(高浜)시 공장의 가동을 수일간 중단한다.

관광 사업의 타격도 심각하다. 현지언론들은 태풍의 영향으로 관광객뿐만 아니라 출장자도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훨씬 커진 피해에 일본 정부는 각지의 자위대 파견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자위관 소집 명령을 내렸다.

예비자위관은 자위관이 아닌 이들이 공모를 거쳐 교육 훈련을 받은 후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소집 명령이 내려지면 임무를 수행하는 비상근 특별직 국가공무원이다.

일본 정부가 예비자위관 소집 명령을 내린 것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에 이어 약 8년 반 만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 기상청은 하기비스에 따로 이름을 붙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해 '대규모 손괴 1000동(棟) 이상, 침수 가옥 1만동 이상, 상당한 수준의 인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로 기준을 정한 바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