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 한시적 인하 후 결국 기존 출고가로 회귀
업계 일각선 도매업체 의식과 '테라' 선전에 대한 견제라는 풀이도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 1위인 ‘카스’의 출고가격이 인상된 지 약 7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비맥주는 내년에 시행될 종량세의 선제적 적용이라고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 ‘테라’의 선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비맥주는 주세 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될 예정인 가운데, 국산맥주의 소비 진작을 위해 10월21일부터 ‘카스’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하고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카스’ 병맥주 50밀리리터(ml) 기준 출고가는 현재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내려간다.
오비맥주는 “종량세로 세제가 개편되면 맥주의 국내 생산이 활성화돼 수입 맥주 대비 국산 맥주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오비맥주 ‘카스’의 가격인하를 두고 ‘테라’의 공세에 밀린 탓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오비맥주는 올해 4월4일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감안해 ‘카스’와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올린다고 밝혔다.
당시 ‘카스’의 출고가는 500ml 병맥주 기준 1147.00원에서 1203.22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출고가를 인상한 지 채 4개월도 안 된 7월24일부터 8월31일까지 한 달여 간 ‘카스’와 발포주 ‘필굿’의 가격을 인하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이를 두고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 ‘테라’를 견제하고 자사 ‘필굿’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도매업체를 상대로 프로모션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는 특히, 오비맥주의 이번 출고가 인하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인상 후 여름 성수기에 한시적 할인이라고는 했지만 ‘테라’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다시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맥(소주+맥주) 맥주의 경우 가격경쟁에서 밀리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게다가 ‘테라’의 출고가가 더 낮다고 업소에서 ‘카스’보다 ‘테라’의 가격을 낮게 받진 않을 테니 업소 입장에선 결국 이윤이 높은 ‘테라’를 선호하게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년부터 주세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는 것에 따른 선(先)반영”이라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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