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국, 취임 35일만 사퇴…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종합) 조국, 취임 35일만 사퇴…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0.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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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9일 취임한 지 35일 만이다.

조 장관은 14일 오후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오늘 법무부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면서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전했다. 조 장관이 말한 '생각지도 못한 일'은 자신의 가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미한다.

조 장관은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8일 취임 한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하고, 13일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한 것을 언급하며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이제 검찰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라며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 덕분이다. 국민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면서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면서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조 장관은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폐지 방안과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안 등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저는 검찰개혁의 도약대가 되겠다"며 "이번만큼은 저를 딛고 검찰개혁이 확실히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께서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조 장관의 사의 표명은 검찰개혁 방안을 브리핑한 지 2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사의 표명 계획을 알렸다.

조 장관은 사의를 발표한 직후 장관 집무실에서 간부들과 만나 소회를 나눈 뒤 별다른 추가 입장 표명 없이 직원들과 간단한 환송행사를 하고 귀가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