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발목 잡힌 유료방송…높아지는 ‘정부 책임론’
규제로 발목 잡힌 유료방송…높아지는 ‘정부 책임론’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10.1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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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학계 ‘유료방송시장 제도 정비 시급’ 한 목소리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생태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이미지=신아일보)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생태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이미지=신아일보)

유료방송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가 규제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으로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콘텐츠 자율성 등에 대한 제약은 유료방송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박사는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료방송생태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허가와 재허가, 심사기준, 이용약관, 금지행위, 채널구성 등 다양한 규제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규제 개편을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의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현재 정체기 속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구조도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과거 시장을 지배하던 SO(케이블TV)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2008년 시장에서 87.1%를 차지하던 SO의 유료가입자 점유율은 2013년 58%, 2015년 48.7%에 이어, 2017년 44.4%로 줄어들면서 IPTV(인터넷TV, 45.3%)에 역전 당했다. 매출도 2011년 2조3163억원에서 작년 2조898억원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78억원에서 3105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이에 IPTV가 SO의 인수·합병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채 박사는 이에 대해 “IPTV는 이익률 하락에도 매출증가 추이를 보여주는 반면, SO는 기본채널 수신료 감소에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비실시간인 다시보기(VOD) 소비가 늘고 있지만, 케이블TV의 VOD ARPU(가입자 1인당매출)은 IPTV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가·재허가 △의무편성 △채널구성과 운영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로 경쟁력 강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채 박사는 “OTT사업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확보해 서비스 하는 반면,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구성 측면에서 제약이 많다”며 “품질이 낮지만 정당사유를 입증하지 못해 채널편성에 남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동균 KISDI 연구위원도 “미디어시장 변화와 OTT 등장으로 정책 수단을 동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제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 연구위원은 “공익을 위해 만든 규제이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 세상이 변해도 없어지지 않고 새롭게 추가되는 게 문제”라며 “공익은 중요하지만, 실체도 없는 공익의 깃발을 잡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글로벌 OTT 사업자가 진입한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게 정책당국의 최소한의 책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경우 넷플릭스 진입 전만 해도 매년 요금이 많이 올랐다. 지상파들이 스포츠중계권을 비싸게 주고 산 뒤 비용을 유료방송에 전가했고,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요금을 올렸다”며 “그러나 최근 요금인상이 두드러지게 완화된다. 넷플릭스로 코드커팅이 발생하니 함부로 못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연구위원은 “정부가 요금 규제를 포기할 때가 됐다”며 “문제가 생기면 사후규제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장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사는 “경쟁력 제고는 사업자가 열심히 하면 되겠지만, 생태계 차원에서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법률 체계”라며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제대로 된 제대로 된 정책이 없었다. 해결방안은 통합방송법”이라고 강조했다.

최용준 전북대 교수는 “규제라는 건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없어져야 하는데 그대로 남아있다.
정책이 전혀 실행되지 못한데다가, 규제가 있어야 사업자를 옭아맬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규제 해소 전 목적 달성 여부를 확인 후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