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기 소금 좀 주세요. 국감에 좀 넣게"
[기자수첩] "여기 소금 좀 주세요. 국감에 좀 넣게"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10.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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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는 행정부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감사하는 입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이런 국감을 통해 국회의원들은 국민으로부터 제 역할을 인정받기도 하고, 반대로 "밥값 못 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올해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은 지난 2일 국토부와 행복청에 대한 감사로 포문을 열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이기도한 올해 국감은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대비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하다. 

그러나 어쩐일인지 국토위 국감장은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들로 채워지면서 뭔가 밋밋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 감사에서 집값을 잡지 못했다며 9·13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던 야당 감사위원들은 여전히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프레임으로 국토부를 몰고 갔다.

국감 바로 전날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한 10·1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안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아닌 고성과 억측이 오가는 공허함도 여전했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안일함도 문제지만, 해묵은 국감 이슈의 반복은 행정부 견제라는 의무를 다 하지 못한 허술한 감사위원들의 잘못이 더 커보인다.

여기에 2년 연속 일반 증인 채택 '0명'이라는 점도 맹탕 국감을 만드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여당 국토위 간사들은 조국과 관련한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있고, 야당 간사들은 건설사 기업인 등을 포함해 일괄적으로 증인을 채택하자고 우기고 있다. 정쟁에 밀려 2년째 일반 증인 없는 속 빈 국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인 채택은 힘 없는 사회 약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국감의 핵심이다. 또, 기업 CEO들을 소환해 기업 감시와 견제 역할도 한다. 

오는 21일 막을 내리는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서 또다시 증인 채택에 실패한다면 ‘물국감’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감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진실된 노력을 기울여왔는 지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기자가 처음 현장에서 맛 본 국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간이 덜 된 곰탕' 정도가 적당하겠다. 올해 국감도 벌써 중반을 향해 간다. 남은 감사에서는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비판의 '소금'이 등장하길 바라본다.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