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中인민해방군 대치… 극단적 사태 우려 
홍콩 시위대-中인민해방군 대치… 극단적 사태 우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0.07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콩정부 복면금지법 시행했지만 시위 날로 격화돼 
홍콩 주둔 중국군 막사에서 시위대를 지켜보는 병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주둔 중국군 막사에서 시위대를 지켜보는 병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의 대규모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인민해방군과 대치하는 모습이 포착돼 극단적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섬과 카오룽에서 2개의 그룹이 오후 2시부터 수만명 규모로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홍콩섬의 코즈웨이베이에서 센트럴 차터가든까지, 다른 그룹은 카오룽의 침사추이에서 삼수이포까지 이어졌다. 

이 외 시내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 언론은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기로 한 후 시위대의 시위가 더욱 격화된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4일 홍콩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법을 발동시켜 5일 자정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했다. 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시위대를 도발하면서 거센 반발을 불렀고 법 시행 후 오히려 홍콩 곳곳에서 더욱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또 이 법이 발동된 시기에 경찰이 쏜 실탄에 허벅지를 맞은 14살 소년이 체포됐고 18세 한 여고생이 역시 경찰이 쏜 실탄에 가슴을 맞아 중상을 입은 데 따라 시위대의 저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시위대는 마스크를 쓴 채 시위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고 구호를 외치며 홍콩 정부를 맹비난했다. 중국에 반한다는 저항의 표현으로 홍콩 곳곳의 중국건설은행 ATM 기계를 파괴하고 중국 휴대전화 샤오미 매장에 불을 지르는 한편 중국 본토인이 소유한 식당을 때려 부수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와 홍콩 정부 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가버린 모양새지만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 사건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언론에 이러한 홍콩 시위대의 행동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시민 폭행 모습을 집중 부각했다. 아울러 중국 인민해방군을 배치하면서 시위대 해체를 요구했다. 

로이터는 “시위대 몇 백명이 중국군 막사 벽에 레이저 불빛을 비추며 항의의 뜻을 표하자 한 중국군 병사가 지붕 위로 올라가 중국어와 영어로 ‘경고. 여러분은 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기소될 수 있다’라고 적은 경고문을 들어보였다”고 전했다. 

경고의 의미로 중국군 병사가 노란 깃발을 들었고 여러 병사들이 시위대의 동태를 감시했다는 것이다. 홍콩 주둔 중국군이 시위대와 대치해 경고 깃발을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경고 수준에 그쳤지만 상황이 더 악화돼 중국군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시에는 사실상 계엄령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에 홍콩 정계 야당 일각에서는 시위대가 너무 위험한 행동으로 중무장한 인민해방군과 충돌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중파 진영에서는 시위대의 행동이 고의적인 도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위대가 복면금지법 시행으로 더욱 격화된 만큼 이 법이 홍콩기본법에 저촉되는 사안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