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 건너 ‘북미협상’ 선택지 없나
[사설] 강 건너 ‘북미협상’ 선택지 없나
  • 신아일보
  • 승인 2019.10.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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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길은 북미 실무협상 결렬로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북미 모두 급하지 않은 듯해도 급해 보이고, 괜찮은 척 해도 괜찮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일 북미 실무협상이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지만 결과에 대해선 서로 극한 온도차를 보였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해왔고 이에 미국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실무협상이었지만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이 종료되자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김 대사의 입장발표에 대해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방법’들을 준비했다고도 밝혔다.

8시간 협상에서의 구체적 내용이야 알 수 없지만 북측은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골자로 안전보장, 제재완화 등 미국 측의 선행 조치들을 요구 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송환' 등 자신들이 내세운 선제조치를 강조하며 한미연합훈련, 대북제재에 대해 강력히 비판해 왔다. 반면 미국은 “지켜보자”거나 “시간은 많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화에 대한 의지는 지속적으로 내비쳐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스웨덴의 2주 후 재협상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협상 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나 북측은 곧바로 협상에 다시 나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대사는 귀국길에서 '미국이 어떻게 제안해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얼마나 준비가 되겠는지 그건 미국 측에 물어보라"면서 미국 측에 다시 한 번 공을 넘겼다. 이번 실무협상이 ‘하노이’이전으로 상황을 되돌려 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게 하는 대목이다.

‘새로운 셈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사이에서 좁혀지는 않는 간극은 한반도 분단 60년의 간극을 축약한 것이다. 양국 수뇌의 의지와 시간이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와 번영의 선택지가 또다시 극한 북미 대립 상황으로 회기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만 정작 한반도의 반쪽이지만 그 주체이며 당사자로서 과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자칫 국내 정쟁의 소용돌이에 갇혀 한반도 역사의 대마를 놓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북미 협상을 강 건너에서 바라봐야만 하는 입장에서 ‘촉진자’이던 ‘중재자’이던 간에 우리정부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주길 기대한다. 또 여·야 국회도 현 상황을 정쟁의 소재로 삼기 이전에 머리를 맞대고 시대적 흐름에 보조를 맞춰 올바른 선택지를 향해 소명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