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야 일석 일주(一夜 一席 一酒)
일야 일석 일주(一夜 一席 一酒)
  • 박영중사장
  • 승인 2009.03.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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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는 음중에 대해 너그러운 문화적 풍토를 갖고 있다.

매일 저녁 술 마시는 것도 이른바 두주불사(斗酒不辭)의 경음(鯨飮)도 심지어는 폭탄주나 화주도 모두 남자다운 화탄한 성격의 징표로 찬양되기 조차 한다.

그런가 하면 같은 물을 마시고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

같은 풀을 뜯고도 사슴은 순한 풍성을 지니고, 코뿔소도 사나운 성품을 지닌다.

같은 술도 이태백이 마시면 ‘월화독작(月下獨酌)’의 경지 ‘석잔 술은 마시면 노장(老莊)의 이른바 무위자연의 대도를 깨우칠 수 있고, 한 말술을 마시면 자연의 섭리 그 핵심과 합치 된다.

다만 나는 취중의 그 흥취를 즐길 뿐 술 못 마시는 속물들을 위해 아예 그 참맛을 알려줄 생각이 없다’가 된다.

반면에 은나라 주(紂)와 주나라 여왕(王)은 술 때문에 자기 나라를 망쳤고, 동진(東晋)의 유유(劉裕)는 남의나라를 망쳤다.

연산군의 황음도 술에서 비롯되었다.

술은 예로부터 잘 먹으면 약이요 잘못 먹으며 독이 된다고 했다.

옛날 독서청공(讀書淸供)하는 문사나 선비들은 청아한분위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술을 즐겼다.

주사에 관한 일화가 많기론 보리스 엘친 전 러시아 대통령을 따라갈 자가 없다.

1994년 독일 방문 때 환영식 무대에 뛰어올라 춤추고 노래하며 군악대 지휘까지 하는 원 멘 쇼를 펼친 건 애교에 속했다.

같은 해 아일랜드에 가선 대취해 비행기에서 못 내리는 통해 정상 회담을 펑크 냈다.

97년 스웨덴에서는 핵무기를 3분1로 줄이겠다고 흰 소리로 관료들을 진땀을 뺐다.

교황 앞에서 ‘사랑하는 이탈리아 여인들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하거나 숟가락으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대머리를 북삼아 두드린 건 또 어떤 가 과도한 술 사랑으로 물의를 빛은 정치인들의 기나긴 명단에 최근 나카가와 쇼이치 일본 재무금융상이 이름을 올렸다.

로마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 만취상태로 참석한 게 딱 걸렸다.

횡설수설 하다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인터넷에 인기 동영상으로 떠돌자 비난이 빗발쳐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나라 경제가 신음 하는 판에 경제수장이 외국에까지 가서 망신살이 뻐쳤으니 민심이 성날 만도하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호방한 인물인양 떠받고 요즘의 폭탄주라는 그릇된 유행어까지 이르게 되었다.

드나마 한 장면은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 술 마시는 범절에서 크게 망신을 당한 일화기 쓰여 있다.

조선 사신을 당시의 중국 상류사회의 신사들과 교제를 하는데 그들의 술을 조그만 잔으로 홀짝 홀짝 마시는 품새가 시답지 않은지라 큰 주발을 가져오라하여 가득 채워 한숨에 들이켰다.

그런데 그들을 찬탄이나 칭송은커녕 비웃으며 한다는 말이 ‘그것은 술을 즐기며 마시는 게 아니라 논에 물대는 것이다’라는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놀림을 받고도 술과 무슨 원수를 졌는지 아니면 술에 한이 맺힌 것이지 ‘무량대주(無量大酒)’로 마셔대고 연례행사처럼 대학생 신입생 환영연에서 폭주를 먹여 생때같은 청년들을 죽음으로 아사 가는 술 문화가 번지고 있다.

옛말에도 ‘불위주곤 주유병(不爲酒困 酒猶兵)’이란 말이 있다.

‘술 때문에 곤경을 겪는 일은 하지 말라 술은 무기와 같은 뜻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몸을 해친다’라는 경구다.

세종대왕이 계주교서를 반포한 것은 교서에 담겨 있다.

‘술이 안으로는 심지를 어지럽히고 밖으로는 위의를 잃어서 혹은 부모봉양은 폐하고 혹은 남녀의 분별을 문란하게 하며 크게는 나라를 잃고 집을 망치고 작게는 성품을 해치고 생명을 잃어버리어 강상을 더럽히고 풍속을 무너트리는 것은 이루다 말하기 어렵다’우리나라의 일로 말하면 신라가 포석정에서 무너졌고, 백제가 낙화암에서 망한 것이 모두 술 때문이었고, 고려의 말세에 위와 아래가 서로 본떠서 술에 빠져 스스로 방자 하다가 마침내 망하는데 이르렀으니 이것도 역시 은감(殷鑑)이 멀지 않은 것이다.

잔은 역시 소주잔과 같이 술을 취하고 비분 강개하기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마시게 된 것이다.

공적인 일로 술을 자주 마신다.

해도 하루 밤 한자리에서 한가지술만 마시면 부담이 훨씬 덜 하고 추태를 부리는 소인배 짓을 덜하게 된다.

그래서 일야 일석 일주(一夜一席一酒)론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