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 50대기업 해부29] 태광그룹, 케이블 사업 내주고 섬유·화학 집중
[신아 50대기업 해부29] 태광그룹, 케이블 사업 내주고 섬유·화학 집중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10.06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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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호진 전 회장이 시작한 케이블방송, 22년만에 2선으로
3세경영 정중동 행보 속 소극적 투자 아쉬워…지배구조 개편 관건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조용한 행보를 유지하던 태광그룹이 올해 케이블TV방송 사업을 매각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조용한 행보를 유지하던 태광그룹이 올해 케이블TV방송 사업을 매각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 9조2980억원인 재계 40위 태광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티브로드를 SK텔레콤에 넘기고, 섬유·화학 등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진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나면서 한동안 조용했던 태광그룹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티브로드는 이 전 회장이 공들였던 사업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다만, 총수의 부재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할진 미지수다.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과제로 남아있다.

◇케이블방송 사업 선봉장 태광, 22년만에 2선으로

6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계열사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티브로드와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티브로드는 올해 4월 SK텔레콤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정부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태광산업은 인수합병 관련 전 과정이 완료되면 합병법인의 지분 16.8%, SK텔레콤은 74.4%를 가진다. 태광산업이 티브로드 1대주주(53.98%)에서 합병법인의 2대주주로 내려오는 셈이다.

태광산업의 케이블TV 매각은 이호진 전 회장이 공들였던 사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임용 창업주가 부산에서 섬유사업을 시작으로 성장한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에 들어 미디어와 금융업으로 확장, 현재 모태기업인 태광산업을 비롯해 대한화섬, 흥국증권 등을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미지=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미지=연합뉴스)

1997년 태광산업 대표에 오른 이 전 회장은 한국케이블TV 안양방송을 설립하면서 유선방송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그는 이(E)채널을 설립하고, 한국케이블TV 수원방송, 경기연합방송 등 20여개의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펼쳤다.

티브로드의 자본규모는 작년 말 기준 1조1417억원으로, 그룹 내 태광산업(3조2150억원), 흥국생명(1조8390억원)에 이어 3위 계열사다. 태광그룹이 22년간 공들여 키워온 케이블 방송 사업에서 한 발 물러나는 셈이다.

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IPTV(인터넷TV)의 급격히 성장에 케이블TV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과 더불어 한동안 정체됐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태광그룹은 지난 2011년 이 전 회장이 횡령·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제 그룹의 핵심인 태광산업의 매출은 연결기준 2011년 4조49억원에서 이듬해 3조7151억원, 2014년 3조1622억원, 2016년 2조6711억원 등 지속 하락했다. 재작년 2조9158억원으로 반등 후 지난해 3조1087원까지 상승했지만, 전성기엔 못 미친다.

물론 영업이익은 2011년 4558억원에서 2014년 1495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5년 1598억원, 2016년 1601억원, 2017년 2411억원, 지난해 3315억원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이는 태광산업의 주요 생산품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과 아크릴로니트릴(AN) 등의 국제 단가가 작년부터 급등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태광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PTA와 AN의 톤당 단가는 2016년 각각 604달러, 1155달러에서 2017년 647달러, 1595달러, 지난해 867달러, 2029달러로 상승했다.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대규모 투자가 없었다는 건 재무제표에서 나타난다. 태광산업의 이익잉여금은 2011년 2조3583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118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재계에선 오랜 시간 조용했던 태광그룹이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인수합병을 계기로 모태사업인 화학과 섬유분야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태광산업에 적절한 투자로 경쟁력을 유지·강화한다는 뜻이다.

또 그룹은 합병법인의 2대 주주를 유지하는 만큼, 미디어분야도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그룹 소유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티캐스트는 이번 매각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영방침을 밝힐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지주사 전환 통한 경영권 승계…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 여전

그룹의 조용한 행보는 3세 경영권 승계 이슈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 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일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 태광산업 지분 29.4%, 대한화섬 20%, 흥국증권 68.8%, 흥국자산운영 20%, 흥국생명보험 56.3%, 고려저축은행 30.5% 등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이 전 회장과 동일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티알엔의 영향력을 더하면 지배구조는 더욱 공고해진다. 티알엔은 태광산업 11.2%를 비롯해 대한화섬 33.5%, 티케스트 100%, 흥국증권 31.2%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주사격인 티알엔을 시작으로 태광산업→대한화섬·티케스트·흥국증권 형태의 지배구조가 구축된 것.

태광그룹은 지주사 격인 ‘티알엔’을 중심으로 오너가 3세의 경영권 승계 준비에 한창이다. 위 지분구조는 기사 내용과 일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재구성)
태광그룹은 지주사 격인 ‘티알엔’을 중심으로 오너가 3세의 경영권 승계 준비에 한창이다. 위 지분구조는 기사 내용과 일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재구성)

눈길을 끄는 건 이 전 회장의 장남인 현준씨다. 올해 29세인 그는 상반기 기준 이채널 지분 6.1%를 비롯해 티브로드 7.1%, 티시스 11.3%, 대한화섬 3.2%를 보유 중이며, 티알엔 지분 39.36%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탄탄한 승계기반을 형성한 것으로, 십수년 전부터 승계가 시작된 덕분이다.

현준씨는 14살이 되는 2005년부터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티알엠(구 태광리얼코) 등의 지분을 절반가량 획득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한국도서보급의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50%)이었고, 티시스와 티알엠도 이 전 회장의 개인회사였다.

이후 티시스와 티알엠은 태광산업의 지분을 소폭 확보하며 영향력을 확대했고, 2013년 동림관광개발이 이들을 흡수합병하며 ‘티시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또 지난해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티시스를 투자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각각 한국도서보급과 태광관광개발에 흡수합병 시켰다. 현재 한국도서보급은 ‘티알엠’, 태광관광개발은 ‘티시스’를 사명으로 사용 중이다.

당시 태광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계열사 수는 26개에서 22개로, 총수 일가 보유 기업은 7개에서 1개로 줄어든다”며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된다”고 밝혔다.

다만 티알엔은 아직 정식 지주사 등록을 하지 않았다. 태광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완료하기 위해선 보유 중인 금융계열사 지분의 정리가 필요하다. 티알엔이 보유한 흥국생명 등의 금융지분을 이 전 회장이 매입하거나 시장에 내놔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티알엔이 지주사로 등록하기 위해선 이 전 회장이 매입하거나 시장에 팔아야 한다.

그룹은 최근 재차 불거진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6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이 전 회장 등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과 계열사는 지난 2014년부터 2년여 간 이 전 회장 일가의 회사 ‘티시스’와 ‘메르방’이 생산·유통하는 김치와 와인을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이렇게 사들인 김치와 와인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또는 명절선물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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