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부, 지상파·유료방송 ‘동귀어진’ 멈춰야
[데스크 칼럼] 정부, 지상파·유료방송 ‘동귀어진’ 멈춰야
  • 신아일보
  • 승인 2019.10.06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원재 산업부 부장
 

지상파방송사 시청률이 경쟁력을 잃고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국내 지상파방송사의 연평균 가구 시청률 합계는 지난 2017년 기준 17.1%로 1년새 2.7%포인트(p) 감소한 가운데, 2018년 조사에선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상파방송사의 경쟁력 저하는 줄어든 제작비 탓이 크다.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의 질이 떨어진 셈이다.

변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지상파 방송3사의 TV 프로그램 제작비 총 규모는 90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 감소했다. 또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방송프로그램 제작비 연평균 증가률은 KBS, MBC, SBS가 각각 -5.3%, -0.4%, -6.6%다.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니 광고매출액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TV 방송광고매출액은 2017년 총 1조2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가 감소했다. 2014년에서 2017년까지 연평균 방송광고매출액도 3사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사는 이러한 현실을 국내 유료방송업계에 그대로 전가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의 시청률과 제작비는 매년 하락하고 있는데, 유료방송 재송신 비용(CPS)는 해마다 증가한 까닭이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경쟁을 벌여야하는 유료방송업계 입장에선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에 지상파방송에 발목을 붙잡힌 형국이다. 

이를 두고 국회 일각에선 “지상파방송사는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광고수익, 시청점유율, 제작비 등을 고려해 정당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며 “지상파방송사가 CPS를 계속 올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상파방송은 유료방송사인 케이블TV에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8-Vestigial Side Band)’에 대한 CPS도 요구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8VSB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방송 전송 방식이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도 별도의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 지상파 디지털 신호를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디투에이(DtoA, 디지털 to 아날로그) 컨버터만 있으면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상파방송은 앞서 올해 초 대법원이 지상파 재송신료 산정대상에서 8VSB 가입자를 제외한다는 취지의 원심판결을 확정했지만, 8VSB가입자에 대한 재송신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선 이를 두고 8VSB가 복지정책의 일환이고, 케이블TV가 비용을 부담했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은 지상파가 CPS를 받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서도 법원 판결과 같이 8VSB 상품은 정부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도입된 방송서비스기 때문에 시청자의 방송 복지 보편화를 위해 재송신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가로 운영되는 8VSB 상품에 재송신 대가를 부과할 경우, 방송서비스 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청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정부는 8VSB 상품을 보편적 시청자 서비스로 정착시키기 위해 관련 정책 또는 입법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지상파방송이 유료방송과 동귀어진(同歸於盡, 함께 죽을 생각으로 상대에게 덤벼듦) 하는 상황을 연출해선 안 된다.

/나원재 산업부 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