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도 시행에서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하는 이유
[기자수첩] 제도 시행에서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하는 이유
  • 김현진 기자
  • 승인 2019.10.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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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개인실손보험 가입자가 취직 등으로 단체실손보험에 중복으로 가입한 경우 보험료 이중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실손의 보험료 납입과 보장을 중지시키는 ‘개인실손 중지 제도’가 시행됐다.

지난 8월 말 기준 이 제도의 이용률은 0.5%에 그치며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단체실손과 개인실손 중복가입자 125만명 중 6000여명만 이용하는 셈이다.

제도의 취지는 좋다. 단체실손과 개인실손이라는 비슷한 상품에 중복으로 가입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본래 제도 시행 전 사전 준비가 완벽하게 선행되지 못해서 취지와는 다르게 수혜를 받는 대상이 소비자가 아니라 보험사라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를 이용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에게 오히려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실손 중지 제도는 퇴직 후 다시 개인실손에 가입할 경우 당시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 개인실손보험의 경우 2009년 7월 표준화 작업을 거치며 보장비율이 100%에서 80%로 변경된 바 있다. 표준화 이전의 개인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의 경우 제도를 이용 후 다시 가입할 경우 오히려 보장비율이 더 작은 상품에 가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보니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또 중복가입자에게 제대로 된 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타사의 상품에 가입하고 있는 경우 확인이 어렵고, 자사의 상품에 가입한 경우에도 개인이 아닌 기업에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들 덕분에 보험사는 지난해부터 지난 6월까지 중복 가입으로 인해 1300억원에 달하는 보험료 수익을 올렸다.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언제나 변수는 존재한다. 하지만 제도 시행 전 어느 정도의 변수 계산은 선행돼야 한다. 취지와 다르게 제도로 인해 엉뚱한 대상에게 수혜가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