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내팽겨 친 대규모집회 동원령
[사설] 민생 내팽겨 친 대규모집회 동원령
  • 신아일보
  • 승인 2019.10.03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할퀴고 지나간 피해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첫 발생 지역인 경기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차 빠르게 확산되면서 축산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조국논란’이 격화된 정치권에서는 ‘조국 지키기’ 촛불집회와 ‘조국 파면’ 규탄 집회가 맞대응하면서 어느 쪽에 더 많은 인원이 모이는가에만 골몰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관통한 태풍 ‘미탁’은 전국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3일 중앙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7명이 사망했고, 산사태로 3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돼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원과 경남, 제주에서는 주택 침수·파손 등으로 115세대 26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지에서는 주민 1546명이 마을회관 등에 대피해 있다.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군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난 2, 3일 경기북부 지역인 파주와 김포에서 총 4건이 추가 발생했다. 한동안 잦아들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3번째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을 놀라게 했다.

농림식품축산부는 3일 방역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태풍이 몰고 온 비가 그치는 즉시 일제소독을 할 것을 지시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태풍 ‘미탁’으로 소독 효과가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을 갖고 방역에 임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런 민생문제는 아랑곳 하지 않고 대규모 집회 경쟁에만 혈안이다.

자유한국당은 3일 오후 광화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는 장외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을 포함해 보좌진과 당직자들까지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실제로 각 지역 현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 시?도당에 총동원령을 내렸고, 사무처에서 지역별로 적게는 100명, 많게는 400명의 인원 동원 가이드라인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한당의 이런 결정은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앞에서 열렸던 ‘검찰 개혁’ 촛불 집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당의 개천절 장외집회는 검찰청 촛불집회 못지않게 많은 사람이 참석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압박이 작용하면서 진영 간 동원전이 돼버렸다.

문제는 태풍 피해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 지역의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쓰린 가슴은 누가 위로해 주냐는 점이다. 자신의 지역구의 민생문제는 외면한 채 당리당략을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중앙당도 문제지만 지역구 피해는 나 몰라라 하는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도 정신  없기는 매 한가지로 보인다.

[신아일보]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