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사건' 이춘재, 유영철 넘어선 최악의 흉악범
'화성사건' 이춘재, 유영철 넘어선 최악의 흉악범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0.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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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범죄자로 가장 많은 횟수의 강력사건 자백
8년간 최소 45건 강력범죄…두달에 한번꼴 범행
이춘재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춘재의 고등학교 재학시절 모습. (사진=연합뉴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면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자백한 이춘재(56)는 한국 범죄사에 역대 최악의 흉악범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경찰에 듣고도 선뜻 믿기 힘든 횟수의 강력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우선 이씨는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했던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모방범죄로 확인된 8차 사건을 제외한 9차례 범행을 직접 했다고 자백했다.

또 추가로 5건의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이들 사건의 구체적인 장소와 일시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화성 일대에서 3건, 충북 청주에서 2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가 최종적으로 고백한 살인의 건수는 무려 14건이다. 여기에 검거의 계기가 된 처제 살인까지 포함하면 이씨의 손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15명까지 늘어난다.

그가 자백한 살인사건이 1986년 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사이에 이뤄진 것을 토대로 산술적으로 나눠보면 그는 8년 동안 매년 1.88명을 살해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씨는 30여 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을 했다는 자백도 내놨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매년 3.75명을 성폭행하거나 성폭행하려 한 것이다.

자백 내용을 다 합치면 그는 8년간 최소 45건의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이 같은 범행 횟수는 역대 연쇄살인범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는 계기가 된 유영철이 보다도 앞선다.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0개월여 동안 출장마사지사 등 21명을 살해한 뒤 사체 11구를 암매장해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씨가 긴 시간 동안 40여건에 이르는 강력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꼬리를 잡히지 않았던 자세한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당시 이씨가 어떻게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렸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씨의 연쇄 범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찰의 초동 수사 실패를 꼽고 있다.

실제 경찰은 앞서 화성사건 발생 당시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여겼음에도, 족적(발자국)과 혈액형 분석 결과를 다르게 내놓으면서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혈액형 분석이 왜 틀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분명한 것은 이로 인해 경찰은 초기에 범인을 잡을 천금 같은 기회를 놓쳤다.

결과적으로 이씨는 연달아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장시간 경찰 수사망을 피하게 되면서, 심리적 저항감은 낮아지고 대담성이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전문가는 "점점 더 심한 범행을 저지르는 데도 체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씨에게 굉장한 의미부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 때문에 더욱더 과감한 수법을 벌이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