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용어 ‘완진’ 수정키로… 개념 명확하게 바꿔 
소방 용어 ‘완진’ 수정키로… 개념 명확하게 바꿔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0.01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방청, 국가화재분류체계 매뉴얼 개정 작업 착수 
제일평화시장 화재. (사진=연합뉴스)
제일평화시장 화재. (사진=연합뉴스)

소방 화재진압 시 사용되는 ‘완진’이라는 용어의 개념이 수정된다. 

소방청은 1일 최근 정문호 청장이 주재하는 고위 관계자 회의에서 국가화재분류체계 매뉴얼에 있는 완진의 개념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발생한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화재를 계기로 논의됐다. 

지난달 22일 오전 12시 39분께 제일평화시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화재를 진압한 지 약 1시간 만인 오전 1시 41분에 완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잔여 불이 남아있어 불을 완전히 없애는 데까지 18시간이 더 걸렸다. 

잔여 불까지 진압하는 등 마무리에 18시간이나 더 걸렸는데도 소방당국이 1시간 만에 완진을 선언한 데 따라 완진 판단이 너무 빨랐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도 완진 선언과 보고 시점이 부적절했다고 담당자를 질책한 바 있다. 

완진은 사전적 의미에서 ‘화재를 완전히 진압한’, ‘불이 모두 다 꺼진’ 상태를 의미한다. 국민들도 이러한 의미에 더 익숙하다. 

반면 소방 매뉴얼에서의 완진의 개념은 ‘화재가 완전히 진압돼 더 이상 화염 및 불씨, 또는 연소 중인 물질로부터 나오는 연기가 없는 상태’로 돼 있다. 매뉴얼에 따라 잔여 불이 남아있어도 소방 측은 완진을 선언할 수 있다. 

실제 화재진압 현장에서의 소방당국의 완진 판단은 보통 ‘화재 완전 진압’보다는 ‘화염·불씨·연기’의 상태에 초점이 더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불길을 다 잡아 더는 번질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완진 선언을 하고 이후에는 긴급복구에 필요한 소방력만 남아 잔여 불 정리 등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소방 매뉴얼에서의 완진의 개념과 일반 국민들이 알고 있는 사전적 의미에서의 완진의 개념은 크게 다르다. 

이번 제일평화시장 화재에서도 완진의 개념이 화재진압 일선에서 통용되는 의미와 일반 상식이나 국민 인식과 차이가 나면서 혼선을 주게 됐다. 

이에 소방청은 혼선이 없도록 화재진압 각 단계의 의미와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가화재분류체계 매뉴얼 개정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초진·완진 등은 소방 내부 용어로 국민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어 상식적인 방향으로 개념을 정리하려는 것이다”며 “산림청의 ‘주불진화’ 개념을 참고해 용어를 바꾸거나 완진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이 매뉴얼의 화재 진압단계 용어 개념을 고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진·완진 개념은 소방관 교육 교재에 들어있다가 2006년 만들어진 국가화재분류체계 매뉴얼에 포함됐고 이후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소방청은 이를 위해 조만간 전국 시·도 본부 현장 지휘관 회의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연내 개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