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에서 춘추전국 시대를 마감한 것은 진나라의 천하통일이다. 그런데 진나라는 춘추 5패에 이름조차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중국 내에서 변방에 속하는 약소국가였다. 그런 진나라가 영정(진시황) 시대에 와서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진시황의 증조할아버지뻘인 효공(孝公) 시대의 걸출한 경세가 상앙(商秧)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앙은 원래 위나라 출신이어서 위앙(衛秧)이라고도 하는데, 그는 제자백가 중 법가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상앙은 진나라 효공의 초청을 받아 진나라에서 벼슬을 하면서 효공에게 법을 바로 세우는 것이 부국강병의 근본이라 설파했다.
효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상앙은 진나라의 법령을 정비하였는데, 그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바로 요즘 말로 하면 보훈 관련법이었다.
즉 전쟁에 나가 죽거나 부상을 당하면 국가가 나서서 본인이나 그 가족을 보살피는 제도를 중국 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보훈제도로 인해 진나라 병사는 전장에 나가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최강의 군대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 힘이 천하통일의 밑바탕이 됐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2006년 이라크전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미군 중사가 치료를 마치고 부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일이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기장은 기내 마이크를 통해 “우리 비행기 안에 미국의 영웅이 탑승하셨다”라는 방송을 했다.
이 방송을 들은 승객들이 모두 기립해 중사 부부를 위해 큰 박수를 보냈고, 이 부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중사가 집에 도착하자 그가 살던 집은 이미 정부 지원금으로 장애인이 살기 좋게 수리가 돼 있음은 물론이다.
미군이 전 세계 각종 분쟁 지역에서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처럼 군인의 명예를 지켜주고 온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철책선에서 북한 측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인해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하중사는 이 사건으로 전역을 하게 되었지만 군인정신의 투철한 의지를 살려 지금은 장애인 운동선수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가 하중사를 전상이 아닌 공상으로 처리하여 국민들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한 마디로 국가보훈처는 보훈이라는 의미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연평 해전 등 서해 교전과 천안함 폭침 전사자들을 추모하고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자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서해수호의 날에 정부는 무관심하다. 군통수권자는 물론 정부 여당 고위급 인사들은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인데, 정작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책임자들은 어디에도 없다.
오늘은 71주년 국군의 날이다.
어릴 적 국군의 날은 법정 공휴일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시청 광장에서 벌이는 3군 장병들의 도보행진이나, 제트기의 공중 축하 비행, 더불어 탱크와 대포, 미사일까지 퍼레이드를 하는 국군의 위용을 보는 즐거움과 자랑스러움에 더욱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국군의 날은 온 국민의 축하보다 10월1일이 국군의 날이 맞느니 틀리느니 하는 논쟁하는 날로 뒤바뀌었다. 어쩌면 이미 국민들의 마음속에 국군의 날은 잊힌 기념일이 돼 버렸다.
국군의 날이 기쁘지도 않고 축하할 수 없는 이유는, 국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과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애국심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