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주문 사흘 만에 총장 직접 지시… 檢개혁 속도 내려는 듯
"국민 목소리 높아… 권력기관일수록 강한 민주적 통제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검찰 개혁에 관해 법무부와 검찰은 함께 개혁의 주체이고, 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보고에는 조 장관 외에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검찰개혁단장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법 제도적 개혁에 관해서는 법무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하고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에서는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한다"고 했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했다.
지난 27일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 등에 대한 개혁을 주문한 지 사흘 만에 윤 총장에게 개혁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인사권자로서 검찰총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려 검찰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추후 윤 총장이 직접 문 대통령에게 방안 제시를 할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별도 보고를 받을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어떤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검찰총장에게 지시했기 때문에 보고가 됐든 무엇이 됐든 의견 전달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우리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며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은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 기관"이라며 "따라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대해 검찰은 물론 법무부와 대통령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법무부 장관이 보고한 검찰의 형사부·공판부 강화와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 등은 모두 검찰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검찰 소환조사가 이르면 이번 주 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필요한 논란 확산에도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당장 그 내용을 확정하고 추진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따라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와 검찰개혁단 등을 통해 검찰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해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하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것은 수사에 영향을 혹시나 받을 우려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바로 시행조치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들어가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와 메시지가 검찰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연 대통령의 이러한 한마디가 검찰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는 것들인가"라며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아니라, 수사관행의 잘못된 점들을 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비단 대통령 한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아실 것"이라며 "(대검찰청 앞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촛불을 든 시민도 있지만, 여론조사에서도 검찰개혁·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비중이 과반이다. 그만큼 사법개혁에 대한 열망이 국민 사이에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보고에서 조 장관은 공석으로 지연되고 있는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대검찰청 사무국장의 인사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수용의 뜻을 전했다.
다만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특정인을 거론한 것이 아니고 인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장관이 전달했고 대통령이 수용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 임명해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언급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