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공중화장실 유독가스' 여고생 결국 사망
'광안리 공중화장실 유독가스' 여고생 결국 사망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9.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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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두달 만… 병원 소견은 '황화수소 중독'
지난 7월29일 황화수소가 누출된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공중화장실. (사진=부산경찰청)
지난 7월29일 황화수소가 누출된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공중화장실. (사진=부산경찰청)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공중화장실에서 유독가스를 마셔 두 달째 의식불명 상태이던 여고생이 결국 숨졌다.

30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던 A(19)양이 지난 27일 오전 11시57분께 병원 소견 상 황화수소 중독에 의한 무산소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A양은 지난 7월29일 새벽 부산 수영구 민락동 한 회 센터 공중화장실에서 유독가스에 중독돼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다.

A양의 친구인 B양(19)는 경찰조사에서 "20분이 지나도 친구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들어가보니 쓰러져 있었다"며 "가스냄새가 너무 심해 2번 정도 정신을 잃을 뻔 했고 구토를 했다"고 진술했다.

A양은 유해한도 기준인 10~20ppm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인 1000ppm의 황화수소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양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A양이 사고를 당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재 경찰은 정화조에서 발생한 황화수소가 공중화장실 세면대 바닥 구멍을 통해 화장실로 유입돼 A양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는 황당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져 논란이 됐다.

수영구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은 사고에 대비해 '영조물 배상 공제'에 가입됐지만, 여고생이 사고를 당한 화장실은 배상 공제에 가입되지 않았다.

따라서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국가나 수영구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에 A양의 언니인 C씨는 지난 8월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C씨는 이 글에서 "구청 직원은 환풍기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대답만 하고,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며 "(구청이)공공시설을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무엇을 믿고 이용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부산시는 이 사고 이후 지역 내 공중화장실 611곳을 조사해 정화조가 있는 화장실 244곳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