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확산에 삼겹살·닭고기 오름세…소비자 부담 커져
돼지열병 확산에 삼겹살·닭고기 오름세…소비자 부담 커져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9.29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병 후 돼지고기 도매가격 17% 올라
경매·도축물량 부족 소매價 지속 상승 전망
'불안감' 영향 대체재 닭고기 가격도 25%↑
ASF 장기화 치킨·닭가공품 인상 불가피
서울 모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돼지고기.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돼지고기. (사진=박성은 기자)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상륙으로 한동안 약세를 보였던 돼지고기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돼지열병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조치와 살처분 두수 증가로 경매물량이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돼지열병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돼지 등급판정 마릿수 부족에 따른 도축물량 감소도 예상돼 가격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육인 닭고기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9일 유통업계와 양돈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돼지고기 가격은 ASF 발병 전까지 소비침체와 사육마릿수 증가 등의 이유로 지속적인 약세를 형성했다.

축산물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돼지열병 확진 판정 직전인 지난 9월1일부터 16일까지 돼지고기 탕박(지육·등외품 제외) 킬로그램(㎏)당 평균 도매가격은 449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34원보다 14.2% 하락했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도매가격은 전년 동기의 4475원과 비교해 15.7% 떨어진 3868원이었다.

가장 많이 먹는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중품) 100그램(g) 평균 소매가격 역시 16일 기준 2013원으로 1년 전 2206원, 평년의 2139원보다 6~10%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돼지열병 첫 확진 판정 이후 돼지고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7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10건의 돼지열병 발병이 진행된 가운데, 도매 평균 시세는 5255원으로 발병 전보다 16.9% 상승했다. 평년 때 4710원과 비교해도 11.6% 높다.

오름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돼지열병 확산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지난주 두 번에 걸쳐 전국의 돼지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발령하고, 살처분 두수도 9만5100여마리(29일 기준)에 이르면서 돼지고기 출하와 경매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체감은 현재까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 등 일부 대형마트가 27일부터 국내산 삼겹살 가격을 100g당 1980원으로 전날보다 90원 인상했지만, 대체로 이전과 별다른 변동 없이 1800~1900원대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보유 중인 비축물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인상된 도매가를 반영할 경우 소매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돼지 사육이 가장 많은 충청남도까지 돼지열병이 확산된다면 가격급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돼지열병으로 경매가가 인상되면서 이주 중으로 판매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예전처럼 돼지고기 소비가 활발하지 않고, 돼지열병 확산으로 소비를 꺼리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소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소매가격도 꾸준히 오를 분위기다”며 “만약 돼지를 가장 많이 키우는 충청남도에서 돼지열병 방역선이 뚫린다면, 그 때부터 돼지고기값이 급등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10월 돼지 축산관측에 따르면 올 여름철 기온이 전년보다 낮아 증체 지연이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돼지 등급판정 마릿수가 전년 동기보다 6%가량 줄어 도축물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수입량도 국제가격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00톤(t) 줄어든 2만6000t으로 예상되는 등 돼지고기 가격상승 요인들은 많다.

대체재인 닭고기 가격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가 주로 쓰는 육계 9~10호 평균 도매가격(냉장·벌크, ㎏)은 27일 기준 3000원으로 돼지열병 발병 전인 16일 2385원과 비교해 25.8% 상승했다. 중소 프랜차이즈가 쓰는 7~8호 도매가격 역시 같은 기간 2656원에서 3291원으로 24% 올랐다.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 비중이 높은 5~6호도 열흘 사이에 660원 이상(2767원→3433원) 차이가 났다.

이 같은 현상은 돼지고기 가격상승과 함께 불안감 확산으로 대체재인 닭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와 치킨 프랜차이즈는 지금의 도매가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돼지열병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재인 닭고기 소비증가와 함께 치킨·닭고기 가공식품의 가격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 부담이 우려된다.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가격인상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조류독감(AI) 시즌이 곧 다가오고, 돼지열병에 따른 대체재로서 닭고기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면 업계 전반적으로 닭고기 가공품 가격인상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