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이영수증의 4차 산업혁명화는 더디기만 하다.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카드사의 요구에 부응해 신용카드 매출 전표를 소비자가 원할 경우, 선택적으로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사는 매출전표를 절반만 줄여도 연간 약 6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영수증 혁신은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종이영수증은 일일이 챙기자니 번거롭지만, 제품 교환이나 환불 시 필요하다. 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하 불안감을 감안한다면 안 챙길 수 없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영수증을 발급해도 문제다.
우선 종이영수증 자체를 없애면 소비자들의 소비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승인 문자나 해당 카드사의 애플리케이션(앱) 푸시 알림 기능이 있지만, 구매내역을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교환·환불도 골칫거리다.
간혹 사용 카드 사용처 상호명과 카드가 승인되는 사업자 이름이 달라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일각에선 카드사가 제공하는 카드 승인 문자와 카드사의 앱을 활용하면 된다지만, 사회적 비용은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현재 카드사 문자 서비스는 월평균 300원 수준의 이용료를 지급해야하지만, 구매내역을 포함한 승인 문자 발송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서비스 이용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영수증 미 발행 시 매장에서 고의적으로 악용하는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경제적 범죄에 대한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근거로 전자영수증 이용을 활성화하자는 의견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자영수증 도입도 사회적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불필요한 인쇄 작업을 디지털로 전환해 쓰레기를 줄이고, 시간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영수증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걱정을 덜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각종 영수증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전자영수증은 세계 시장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블록체인 전자영수증 시범 도시로 선정된 선전시는 올해 2월 전기자동차 충전소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전자영수증을 발급했다. 블록체인 전자영수증은 알고리즘에 의존해 인력개입 없이 소비와 지불을 증빙한다. 기존 전자영수증과 비교했을 때 모든 과정이 추적 가능하고 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게다가 영수증 정보가 실시간으로 세무기관과 동기화되면서 효과적으로 가짜 영수증을 회피할 수 있다.
우리는 중국보다 한 발 앞선 정보통신기술(IT)과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했고, 결제의 90% 이상이 포스(POS)를 이용하고 있지만, 아날로그식 방식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진적으로 전자영수증의 서식, 유통, 보안에 대한 기준을 표준화하고 도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소비자 편의성 향상과 영수증 제공자의 업무 효율성 향상,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자영수증을 활성화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자영수증은 유통, 결제, 보안 등 관련 시장을 다양하게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전자영수증의 진흥과 규제를 담당하는 관계기관의 시선은 파편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막연한 비용절감 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을 체감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공을 들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