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이 잇따르면서 전국 확산의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지난 17~18 파주·연천지역에서 확인된 확진이후 일주일 새인 23~24일 김포와 파주에서 또다시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나와 방역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또 24일 오전에는 인천 강화에서 예찰 중 혈청에서 의심사례가 발견됐다. 이러다가 돼지열병이 전국 양돈농가로 퍼져 나가는 것은 아닌지 농가에서는 우려가 앞서고 있다.
특히 김포지역은 한강 이남에서는 첫 번째 발병사례면서 집중방역관리 지역 6곳에 포함된 지역에서의 발병으로 방역과 확산 방지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렇다 할 감염경로나 발병원인에 대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확한 조사와 연구가 추가로 이뤄져야 하겠지만 최초 발병 지역이 DMZ 인접 지역이다 보니 북한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발병 확인 전부터 북측에 돼지열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북한의 미온적 태도로 공동방역 등 공조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번 돼지열병으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에 따르면 지난 5월 북한이 국제기구에 돼지열병 발병을 신고한 후 사실상 방역에 실패해 북한 전역에 확산 중임을 시사했다.
이런 정보들이 실질적인 가축 질병 예방과 방역을 담당하는 핵심 정부부처 실무자들과 충분히 공유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북한 접경지대에서의 발병은 어는 정도 예측됐을 터다.
정부는 현재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전국에 48시간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발령하고 방역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개체수가 급증한 멧돼지가 질병 전파의 매개체가 될 가능성도 큰 만큼 6300여 양돈농가는 돼지열병 잠복기인 4~19일 동안 추가 확진이 더는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예방은 물론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베트남과 함께 치료제 연구에 착수할 방침이지만 상용화 시점까지는 갈 길이 멀어 당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로는 확산을 막는 길 밖에 없다. 발병 지역과 인접한 강원, 충청권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한 발 앞선 선제 대응을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각 관계기관의 공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를 축으로 가용한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중장기 계획도 동시에 세워나가야 한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처럼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가축질병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돈농가는 물론 수많은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니 만큼 더 이상의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공조체계부터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