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고교등급제 하지 않았다"
“고려대, 고교등급제 하지 않았다"
  • 오승언기자
  • 승인 2009.02.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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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이사회서 최종 결정…‘봐주기’ 논란 일 듯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고려대학교가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어 고교등급제 적용의혹에 대해 조사결과와 해명을 발표했지만 의혹을 풀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교협은 부실한 조사를 진행한 뒤 고려대에 해명을 미뤘으며, 정작 고려대는 교과성적과 비교과성적의 실질반영률과 점수조정의 기준 등 핵심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교협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고교등급제를 하지 않았다"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진상조사였다.

대교협 4차례 윤리위원회를 열었지만 고려대측의 소명을 들었을 뿐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고려대측이 소명한 자료에 대해 대교협 윤리위는 "어려우니까 직접 해명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려대는 수시전형에서 지원자의 교과성적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거쳤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교과성적과 비교과성적의 실질반영률과 점수조정의 기준 등 정작 핵심 정보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고려대 서태열 입학처장은 이날 서울 성북구 교내 100주년기념삼성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다각도로 특별조사팀을 꾸려서 조사 작업을 벌인 결과 입시 과정에서 어떠한 잘못이나 실수도 없었다"며 "고교등급제와 특목고 우대는 일체 없었으며 입시부정 의혹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에서 원등급을 가지고 따지는데 1등급 학생이 지원하면 그 등급사용하기 바로 사용하기는 힘들다"며 "학생부가 학교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표준화한 조정등급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려대가 이날 특목고를 우대하지 않았다거나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제시한 자료들도 대부분 핵심을 비켜간 수치로 채워져 있었다.

관심의 대상이 된 '케이 알파 상수값'에 대해서 고려대는 '케이는 전체지원자의 석차등급을 일률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기준', '알파는 석차등급이 조정되는 폭을 제어하는 값'이라고 밝혔을 뿐 이 상수값이 설정되는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학생부원등급을 표준화했다고 밝히면서 "특목고 외고 상수값을 집어넣지 않았다"고 말할 뿐, '어떻게'는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또 고려대는 외국어고 평균보다 높은 합격률을 보인 일반고 순위를 익명으로 공개했지만 이 자료는 '특목고를 우대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빈약했다.

전교에서 수백명이 지원하는 외고와 수십명이 지원하는 일반고의 합격률을 절대비교하는 것은 무의기 하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일반고 1~2등급을 제치고 외고 7등급이 합격한 것과 관련, 교과성적이 무력화될만큼 실질반영비율을 낮춘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버티기'로 일관했다.

서 입학처장은 "실질반영비율은 모든 대학이 모집요강과 기본계획에 따라 하고 있으며 학교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우리는 교과성적 90대 비교과성적 10을 최대한 지켰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표로 대학자율화에 따라 대입에서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된 대학과 협의체는 '사회적 책무성'에는 소홀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