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정수도 세종시, 알맹이 채워야
[기자수첩] 행정수도 세종시, 알맹이 채워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09.22 13: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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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반지르르한데 알맹이는 글쎄. 정부 기관이 한데 모인 행정수도 세종특별자치시에 대한 첫 느낌이다.

편집국 건설부동산부에 발령받아 정부세종청사를 출입하게 된 첫날 동탄역에서 SRT를 타고 오송역에 내려 말로만 듣던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타봤다.

BRT는 세종시의 대표적 교통수단으로 홍보되고 있는데, 일반 시내버스와 다른 점은 좌석버스라는 것과 정류장 간격이 넓다는 정도였다.

세종시 BRT에 도입하기로 했던 사전요금지불시스템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고, 정류장도 일반 버스와 혼용하고 있어 수도권에서 이용하던 광역급행버스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기대만큼 특별하지 않았던 BRT를 타고 도착한 정부세종청사는 기대 이상으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40여개 정부 부처와 기관이 동별로 한 지역에 모여있어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차 구역이 아닌 곳에 빼곡히 세워져 있는 자동차들은 '사람은 별로 안 보이는데, 차는 많다'는 인상을 줬다.

세종시에 대해 좀 아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세종청사 대부분이 만성적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단다.

취재차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가려고 하니 정부세종청사 외부로 나가야 했다. 국토부 산하 조직인 대광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할 정도로 먼 곳에 떨어져 있었다.

정부청사에서 조금 외곽으로 나왔을 뿐인데, 인적이 드물어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 같았다.

금요일 오후 오송역으로 가는 버스 안은 서울로 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전히 많은 세종시 근무자들이 수도권으로 퇴근하고 있었다.

이렇듯 세종시를 한국의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던 정부의 야심 찬 생각과 달리 세종은 아직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서툰 도시의 모습이었다.

물론 완성 목표 시점인 2030년까지 아직 10년이라는 기간이 남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이곳에 입힐 옷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단하느냐일 것이다.

그동안 행복도시라는 인위적인 껍데기를 만드는 데 온갖 공을 들여왔다면, 남은 시간은 그 속을 제대로 채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