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고비인데…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원인 '오리무중'
일주일 고비인데…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원인 '오리무중'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9.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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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조짐 우려되나 원인파악 '난항'
멧돼지 유입·야생조류 전파·사람 접촉 등
여러 가능성 제기…정부 "속단할 수 없다"
李총리 "최단시일 안에 최소지역 막겠다"
이낙연 총리(오른쪽 세번째)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두번째),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오른쪽 첫번째)이 18일 포천 돼지 밀집사육단지를 방문해 현장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총리(오른쪽 세번째)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두번째),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오른쪽 첫번째)이 18일 포천 돼지 밀집사육단지를 방문해 현장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잇달아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발생하는 등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양돈업계는 앞으로 일주일이 확산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발병원인을 찾기 힘들어 애를 먹는 모습이다.

18일 방역당국과 양돈업계에 따르면 파주와 연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ASF에 대한 역학조사가 현재 진행 중인데, 발병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재로선 우리보다 앞서 지난 5월 ASF가 발병한 북한지역에서 내려온 야생멧돼지 또는 오염물질을 옮긴 야생동물에 따른 2차 전파, 사람 간의 접촉 등 여러 가능성들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파주와 연천은 북한과 접경지역으로서, 특히 발병 농장들과 북한과의 거리는 대략 7킬로미터(㎞)~8㎞ 이내에 불과하다. 또, 북한을 마주보고 있는 임진강과는 2㎞ 정도 떨어졌을 뿐이다.

이처럼 짧은 접경구간 특성상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강을 통해 국내로 바이러스로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한강하구 김포지역에 철책선이 설치되지 않은 구역이 있다고 들었다”며 “멧돼지가 헤엄쳐 건너오거나 혹은 죽은 멧돼지 사체가 떠내려 오면서 인근의 강화와 김포는 물론 파주, 연천지역까지 확산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주 발생농장의 경우 축사에 창문이 없고, 멧돼지 차단막도 설치됐다. 연천 농장도 멧돼지 차단을 위한 울타리가 설치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감염된 멧돼지 사체를 먹은 조류나 야생동물의 2차 전파에 대한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파주 발생농장 부근에는 야생동물이 몸을 피할 수 있는 야산이 있고, 400여미터(m) 거리에 까마귀 등 야생조류가 활동하는 개천이 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에 태풍 링링 영향으로 강수량이 많아 북한에서 강을 따라 유입물이 평소보다 늘어난 측면도 있다.

한편으로는 파주와 연천 발병농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 등 사람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

파주농장은 네팔인 근로자 4명, 연천농장은 네팔인 4명·스리랑카 1명 등 5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근무 중이다. 네팔과 스리랑카는 ASF 발병국은 아니다. 또, 이들 외국인 근로자는 최근 3개월간 해외를 다녀온 기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이 베트남·태국·필리핀 등 ASF 발병국에서 온 사람들과 접촉해 바이러스가 농장에 전파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8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발생해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농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발생해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농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여러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함부로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ASF는 접촉을 매개로 감염되는 만큼 특정 가능성을 속단하기 쉽지 않다”며 “가장 많이 얘기되는 멧돼지의 경우 국방부가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한 열상감지장비로 24시간 모니터링하고, 경고음 장치도 설치하는 등 방역 비상체계가 구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멧돼지 외 다른 동물에 의한 전파는 우리나라 멧돼지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물렁진드기 외에는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없는 상태에서 2차 감염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바이러스 잠복기간 등을 고려할 때 발생 후 일주일이 확산 차단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고,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을 중심으로 방역수준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점관리지역 내 양돈농가의 돼지반출금지 조치 기간을 당초 1주에서 3주로 연장하는 한편, 지정 도축장에서만 도축·출하(타 지역 반출금지)하기로 지침을 내렸다. 최소 3주간 해당지역 축사에 돼지 질병치료 목적 외에 출입은 제한된다. 또, 양돈농가 입구마다 초소를 설치해 돼지와 접촉이 잦은 인력 출입도 관리한다.

이날 중점관리지역 중 하나인 포천의 돼지 밀집사육단지와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ASF가 확산되면 자칫 돼지농가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서 “앞으로 일주일이 고비인 만큼, 최단 시일 안에 최소 지역으로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