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 '보험료 차등제' 만이 답인가
[기자수첩] 실손보험 손해율 문제 '보험료 차등제' 만이 답인가
  • 김현진 기자
  • 승인 2019.09.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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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만명에 달하는 국민이 가입하며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사의 시선은 좋지 않다. 급증하는 손해율로 인해 팔면 팔수록 손해만 쌓이는 ‘적자상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실손보험의 보험료 수입은 3조9700억원인데 반해 손해액은 5조1200억원에 달한다. 손해율은 129.6%로 적정 손해율인 70~80%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급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도덕적 해이다. 실손보험이 의료비의 80~90%를 보장하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환자 유치를 위해, 일부 가입자는 불필요한 진료를 빈번하게 이용하는 등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의 손해율 상승의 대안으로 보험료 차등제를 주장하는 이유다.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는 사람은 보험료를 더 내고, 그러지 않는 사람은 깎아 주자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수령자는 전체의 60%다.

또 해외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영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BUPA는 보험료 조정단계를 14등급으로 구분해 보험금 청구 실적에 따라 최대 70%까지 차등 적용한다. 

이같이 해외사례와 손해율의 원인을 고려하면 보험료 차등제 도입이 얼핏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소수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평범하게 보험을 이용하고 있는 다수의 가입자가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 인상의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 시 의료비로 인한 손실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질병이라는 게 사람이 조심한다고 해서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거니와 아파서 병원을 많이 다닐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다. 소수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병원에 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보험료 인상을 걱정해 보장을 받기를 주저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