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초비상'…확산 시 양돈산업 붕괴 우려
아프리카돼지열병 '초비상'…확산 시 양돈산업 붕괴 우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9.17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확한 발병원인 알 수 없어…잠복기 최소 나흘서 3주
확산될 경우 2011년 350만두 살처분 '구제역 대란' 이상 위기
양돈업계 "관련산업 붕괴될 위험 커"…가격급등 가능성도
문 대통령 "조기 종식 위해 철저한 초동차단" 지시
국내에서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가운데, 17일 강원 양구군 남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 차량이 돈사 주위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가운데, 17일 강원 양구군 남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 차량이 돈사 주위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별도의 백신이 없어 돼지에 감염되면 치사율 100%에 가까운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국내까지 유입되면서 정부와 양돈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정확한 발병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돈업계는 ASF가 확산될 경우 350만두 가까이 살처분한 2011년 구제역 대란 이상의 위기가 찾아와 산업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양돈업계에 따르면 국내 첫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의 돼지농장은 창문이 없이 완전히 밀폐된 ‘무창(無窓)’ 시설이다. 해당농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된 발병경로로 꼽히는 잔반(남은 음식물) 급여는 하지 않았으며, 농장주와 농장 관리를 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4명은 최근 3개월간 외국을 나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관련 브리핑을 통해 “지금으로서 눈에 드러난 발생경로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투입해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른 시일 안에 발병원인을 찾아 ASF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게만 발병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는다.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나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급여 등을 통해 전파되며, 바이러스 종류·노출경로에 따라 잠복기는 최소 나흘에서 3주로 다양한 편이다.  

지난해 8월 아시아 처음으로 중국서 발생한 이후 현재 베트남과 몽골, 베트남, 필리핀, 북한 등 아시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와 양돈업계는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방역태세를 갖췄지만, 결국 첫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국내 첫 ASF 발생으로 양돈업계는 바이러스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하다간 지난 2010~2011년 발생해 양돈산업에 큰 타격을 줬던 구제역 대란 이상의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빠진 상황이다.

구제역 대란 때 정부의 방역조치 미흡으로 전국적으로 350만두에 가까운 돼지가 살처분됐는데, 당시 전체 사육마릿수의 30%가 넘는 수치였다. 돼지고기 가격도 한동안 평균 4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높은 바이러스 증식성으로 확산속도가 빠르고, 돼지가 감염으로 죽은 후에도 다른 개체까지 감염시킬 수 있는 등 독성이 강하지만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일선 농장에서 조기발견과 신고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무엇보다 관련 예방백신이 없다보니, 감염될 경우 발생농장은 물론 인근농장까지 돼지를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 차단이 되지 않고 확산된다면 양돈산업 전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17일 정부서울청사 재난상황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점검 및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가 17일 정부서울청사 재난상황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점검 및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ASF 확진으로 일각에서는 돼지고기 가격 급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돼지고기 가격은 생산량 증가와 소비부진이 겹치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기준 킬로그램(㎏)당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4403원(탕박, 지육·등외품 제외)으로, 전년 동기 평균값(4909원)과 비교해 11.5%, 평년(4710원) 대비 7%가량 하락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 들어 삼겹살 등 돼지고기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현재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당분간 물량 확보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겠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가격급등은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정부도 범부처적으로 지자체와 연계해 ASF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도록 초동 단계부터 철저한 차단을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점검 및 대책회의’를 열고, 전국 양돈농가 대상의 일제검사와 발병 역학조사, 불법 축산물 반입금지 홍보 강화 등을 적극 강조했다.

parkse@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