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두부 '생계형 적합업종' 추진…종주국 위상 '흔들'
장류·두부 '생계형 적합업종' 추진…종주국 위상 '흔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9.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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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반위 의결 거쳐 중기부 추천…지정 여부에 식품업계 촉각
대기업 사업 확장 제한, 매출 5% 이행 강제금 부과 등 강제성
식품업계 "투자 위축 등 역효과, 외국기업 안방 내줄 위험 커" 우려
서울 모 마트에서 판매 중인 장류.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마트에서 판매 중인 장류. (사진=박성은 기자)

장류와 두부를 생산·판매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정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추진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제조시설 확대 등 인프라와 자본력을 갖춘 기업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오히려 규제를 더하면 산업 성장은 가로막힐 것이란 지적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최근 간장·고추장·된장·청국장 등 장류와 두부 제조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서 추천키로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생계형 적합업종법)’의 일환이며, 중기부는 앞으로 최장 6개월까지 기간을 두고 의결을 거쳐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장류와 두부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기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보다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권고 수준으로서 법적 제재는 없다. 그러나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적용되면 5년간 대기업 등의 사업 진출이나 인수, 확장이 제한된다.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내의 벌금이 부과된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대기업 등은 관련사업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장류·두부 제조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사업체 규모와 소득이 영세하고, 대기업과의 경쟁이 취약한 것으로 판단돼 중기부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포장두부와 장류시장은 CJ와 풀무원, 대상, 사조해표, 오뚜기, 샘표, 신송식품과 같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강제성을 띤 생계형 적합업종에 장류·두부 제조업의 지정 여부를 두고 식품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규제만 더할 경우 투자 위축 등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게 식품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두부시장은 최근 식물성 단백질과 다이어트 트렌드로 활성화될 여지가 큰 만큼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한 R&D 투자가 적극 이뤄져야 하고, 장류는 전통발효식품인 특성상 내수를 기반으로 투자가 선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대규모 투자와 대량생산이 가능한 식품대기업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오히려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외국기업에 안방을 내주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장류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류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등 가격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외국기업이 국내 장류시장을 진입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국내 규제를 받지 않은 외국기업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는 차원에서 시행된 적합업종 제도가 정책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지에 대한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중소기업 경영성과에 미친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음·식료품 14개 업종 매출(2011~2016년)에서 장류는 -16.0%, 두부는 -38.6%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두부는 매출 감소뿐 아니라 혁신 후퇴 등 부정적 효과가 함께 나타났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FIS식품산업통계정보(2018년 소매점 유통 기준)에 따르면 국내 두부와 장류시장은 각각 4520억원, 4500억원 규모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