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분쟁, 대화로 풀어야 할 때
LG화학-SK이노 분쟁, 대화로 풀어야 할 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9.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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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격화한 가운데, 최고경영자(CEO)간 대화를 통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사의 소송전은 지난 4월 LG화학이 자사 배터리 사업의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지난 6월과 8월 각각 국내에서 명예훼손 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미국에서 특허를 침해해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하며 ITC, 연방법원에 제소 절차에 들어가면서 소송전은 격화되고 있었다.

양사의 소송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업계에서는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 축소, 국익 훼손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측은 “소송은 소모전이 아닌 실력을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기업들이 쌓아온 영업비밀과 특허가 정당하게 보장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소송전은 여론전까지 번지면서 격화됐지만 서로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다만 LG화학 측은 대화의 전제를 내세웠다. SK이노베이션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이에 따른 손해배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이 내건 전제 조건을 포함한 모든 걸 대화를 시작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를 놓고도 입장 차이는 여전하지만 양사의 CEO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추석 연휴가 끝난 뒤 회동할 전망이다. 이르면 16일 만날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두 CEO 간 회동이 있더라도 LG화학이 대화의 전제 조건을 분명히 내세운 만큼 대화가 쉽게 풀리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관측에도 양사 간 대화는 필요하다.

현재 유럽과 중국 등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업계에서는 인력 모시기와 완성차·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 등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이제 대화를 통해 전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벌어지는 주도권 경쟁에 대비해야 할 때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