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고 공정한 정의(正義)로운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문명사회가 탄생한 이후 수없이 많은 학자와 종교인, 정치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쟁돼온 명제겠지만 누구하나 속 시원하게 답을 내놓은 이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 (Michael J. Sandel) 하버드대 교수는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바로잡고 모든 이에게 성공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을 정의로운 사회라고 많은 강연과 저서를 통해 역설한다. 큰 그림에서야 다 알 것 같은 얘기지만 현실의 변수들은 여기에 또 다른 질문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놓고 대의(大義)와 정의(正義)사이의 상관관계를 논하게 되는 것 같은 일들이 그렇다.
문 정부의 출범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열망 속에서 이뤄졌다. 기형적인 권력을 정상화 하고, 공정한 기회 속에서 공평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이른바 ‘개혁’이란 문을 연 정권으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의 중산층 중에는 현재의 정치와 경제, 사회 현상을 보고 분노하는 이가 많아 보인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사회·경제적 권력은 세습되고 이로 인해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기회는 공정치 못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 장관의 임명과정을 보면서 이런 현상은 역대 정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권에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암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화가 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조 장관은 ‘권력개혁’, ‘사법개혁’, ‘검찰개혁’이라는 소명을 위해 만신창이가 되는 수모에도 나아가겠다고 했고, 10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조 장관은 현충원 방명록에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하여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을 완수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적었다. 사실 국민 다수는 조 장관이 평생 구상해 왔던 검찰개혁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 그가 취임식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지원 등을 언급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검찰개혁”을 하겠다거나 “검찰 권력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통제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등의 발언으로 개혁의 밑그림을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검찰권력’의 통제, 견제의 법제화를 말하는 것 아닐까.
국민은 과거 청와대를 포함해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 검찰, 경찰과 같은 권력기관들의 정의롭지 못했던 역사를 알고 있고, 이런 폐단이 사라지길 기대한다. 그 시작이 법무·검찰의 사법개혁에서 출발된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는 그의 일을 하면 된다. 다만 ‘불공정’, ‘불평등’이란 단어에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 국민들에게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개혁의 성과가 눈에 보여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주길 바란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