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시장 팔 걷은 유럽…韓 입지 축소 우려
전기차 배터리시장 팔 걷은 유럽…韓 입지 축소 우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9.1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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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국가들, 두 번째 유럽 배터리 생산 컨소시엄 구성 논의
유럽의 배터리시장 투자로 국내 업체 입지 좁아질 전망
국내 업체 간 소송 여파 주장도…LG화학 “전혀 근거 없는 추정”
(사진=LG화학)
(사진=LG화학)

한국과 중국이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는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유럽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최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두 번째 유럽 배터리 생산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을 확고히 하기 위해 10억유로(1조3000억원)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중심의 자동차 산업 공급망을 재정비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배터리 제조 컨소시엄을 설립하고 약 60억유로(7조8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 기업들 간 협력도 본격화하는 추세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8일 스웨덴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에 9억유로를 투자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16기가와트시(GWh) 규모다. 합작사는 내년부터 독일 중북부 잘츠기터에 공장 설립 공사를 시작해 이르면 오는 2023년 말부터 배터리 생산 체제에 돌입한다.

폭스바겐의 경우 기존에 LG화학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었으며 SK이노베이션과 합작사 설립을 논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터리업계 후발주자인 노스볼트와 협업을 우선적으로 공식화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활발한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국내 배터리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유럽국가와 업체 간 협력이 강해질수록 기존 배터리 공급자인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도 최근 수년간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삼감해 수요가 줄어들자 CATL, 비야디(BYD), 궈시안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렇다 할 선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최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여론전으로 이어지는 등 뒤숭숭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유럽의 움직임과 관련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전혀 근거 없는 추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의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 업체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고 지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면서 자체적인 배터리 공급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송 여파가 아닌 EU 주도의 배터리 내재화 차원으로 업계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SK이노베이션과 분쟁에 대해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의 소송을 국내 업체끼리라는 이유만으로 국익을 해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오히려 기업들이 쌓아온 영업비밀과 특허가 정당하게 보장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