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신호로 모든게 달라졌다" 골든레이호의 기적
"생존신호로 모든게 달라졌다" 골든레이호의 기적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9.10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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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시간 만의 '전원 구조' 드라마…"선원들 건강 양호"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 인근에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가 전도돼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 인근에 자동차 운반선 골든레이호가 전도돼 있다.

"선체 내부로부터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고,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골든레이호(號) 전도 사고로 기관실에 갇혔던 한국인 선원 4명이 무사히 생환했다. 사고 발생 이후 약 41시간 만이다.

선내 화재 발생 등 어려움 속에 '전원 무사구조'로 마무리된 미국 해안경비대(USCG)의 구조작업은 한편의 긴박한 드라마와 같았다.

골든레이호가 전도된 것은 지난 8일 오전 1시 40분께(현지시간)다. 선박은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항에서 12.6㎞ 떨어진 수심 11m 해상에서 선체가 기울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해안경비대가 처음 전복 소식을 접한 것은 같은 날 오전 2시께. 911 파견 대원으로부터 골든레이호의 소식을 들은 해안경비대는 곧바로 구조인력을 배치했다.

초기 구조작업으로 선박에 승선한 24명 가운데 20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됐다. 구조된 인원은 한국민 6명, 필리핀인 13명, 미국 도선사 1명 등이다.

하지만 선체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구조대원들이 선내 깊숙이 진입하지 못했고, 한국인 선원 4명은 선내 기관실에 고립됐다.

그러자 우리 당국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외교부는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의 담당 영사를 사고 현장에 급파했고, 8명 규모의 신속대응팀을 파견했다.

구조작업이 녹록치는 않았다. 사고 발생 약 12시간 만인 사고 당일 낮 1시30분께 기술적인 이유로 구조작업이 일시 중단됐다.

해안경비대 찰스턴지부를 이끄는 존 리드 대령은 브리핑을 통해 하고 ”선체 화재의 진화 여부, 선박 고정화 작업 등을 마무리한 뒤 선내 진입하겠다“고 알렸다.

사고 당일 브런즈윅의 외부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고 습기까지 높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구조대원의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

자칫 지지부진해질 뻔한 수사는 오후 6시13분께 180도 달라진다. 선박 안쪽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확인된 것이다.

선원들이 생존해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구조 활동에 다시 활력이 붙었다. 리드 대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체 내부로부터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이것은 구조팀에 동기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동력을 얻은 구조작업은 날이 밝는 대로 곧바로 재개됐다. 작업 속도도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빠르게 진행됐다.

사고발생 35시간 만에 4명의 선원이 모두 생존해있다고 공식 확인했고, 약 3시간 뒤에는 3명을 차례로 구조했다. 2시간여 이후에는 나머지 1명까지 무사히 생환했다.

구조과정에서 미 구조팀은 선체에 갇혀 있는 이들의 건강도 챙겼다. 이들은 선체에 작은 구멍을 뚫어 선체에 갇힌 선원들에게 음식료품을 공수했다.

생존자들이 허기를 채우면서 탈진하지 않도록 선체에 각 3인치(7.6cm) 크기의 구멍 3개를 뚫어, 선원 4명 가운데 3명이 함께 머무는 공간에 음식과 물을 공급했다.

이어 추가로 구멍을 만들어 이들 3명의 선원이 빠져나오도록 출입구를 만들었다. 따로 떨어져 있었던 나머지 1명의 선원은 마지막으로 구조됐다.

떨어져 있던 선원 1명은 별도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식수를 비롯한 기본적인 필수품을 공급받지 못했으나, 환풍시스템이 가동돼 공기 흐름에 문제는 없었다.

신속한 구조로 갇혀있던 선원들의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리드 대령은 "30시간, 35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낸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컨디션이었다"면서 "구조된 한국인 선원들, 안도하고 행복해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조된 직후 미국 구조대원들에 둘러싸인 채 환하게 웃는 한국인 선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