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약처 ‘방사능 안전지대 구축’ 책임 다해야
[기자수첩] 식약처 ‘방사능 안전지대 구축’ 책임 다해야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9.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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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두 가지 양상으로 구분된다. 일본 기업에 타격을 주려는 불매운동과 방사능 우려가 있는 일본산 수입식품을 걸러내자는 불매운동으로 나뉜 셈이다. 전자가 경제적 관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후자는 먹거리 안전에 주안점을 뒀다. 공통점은 소비자와 중소상공인의 자발적 참여에서 시작됐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큰 변화가 대부분 하향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불매운동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계는 명확하다. 주축 세력이 제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자리한 이들인 만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안전한 먹거리를 좇는 불매운동에선 대기업이 일본산 수입품목에 대한 방사능 정보 일체를 공개하지 않는 한 변화는 요원할 듯하다.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큰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 특성상 방사능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정적인 거래망을 끊어낼 리 없으니 말이다.

결국 방사능 걱정에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주체는 보건 당국이다. 한국의 경우 먹거리 안전의 최종 방어벽 역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한다. 식약처는 매주 일본산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역할을 수행한다. 식약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던 2011년 3월 이후 일본산 제품 204개에서 방사능이 미량 검출돼 반송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설명과 달리 최근 한 수입 식자재마트에선 5개월 전 방사능이 검출돼 일본으로 반송됐던 가공식품이 판매됐다. 원칙적으로 3시간 동안 진행해야 하는 방사능 검사를 수입 물량이 많다는 이유로 30초 만에 해치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 당국이 온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데 쓴 시간이 1분도 채 되지 않는 꼴이다.

불매운동을 통해 방사능 우려가 있는 일본제품을 걸러내자는 취지는 간단하다. 안전한 식품을 소비하겠다는 시대적 흐름이자 국민적 요청이다. 식약처는 기본이 탄탄한 먹거리 안전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국민이 바라고 기업이 나서지 못하는 ‘방사능 안전지대 구축’의 역할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