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원전, 유업계 불똥(中)] 불안한 한빛원전, 상하목장 안전성 우려
[누더기 원전, 유업계 불똥(中)] 불안한 한빛원전, 상하목장 안전성 우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9.0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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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전 인근 고창서 매일유업 ‘유기농우유’ 생산
원유 방사능검사 진행해도 결과 몰라 농가 ‘깜깜’
상하농원 인근 구시포항 원전 잘 보일만큼 가까워
서울 모 대형마트에 판매되는 매일유업 상하목장의 유기농우유 '슬로우밀크' 제품. 매일유업의 유기농우유는 영광 한빛원전과 인접한 고창지역의 상하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사진=박성은 기자)
서울 모 대형마트에 판매되는 매일유업 상하목장의 유기농우유 '슬로우밀크' 제품. 매일유업의 유기농우유는 영광 한빛원전과 인접한 고창지역의 상하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사진=박성은 기자)

영광 한빛원전과 직선거리로 4~5킬로미터(㎞) 반경에 위치한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지역에는 국내 대표 유업체인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상하농원과 상하공장이 있다.

상하농원과 상하공장은 매일유업이 자랑하는 유기농 유제품을 생산·체험할 수 있는 거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하목장’ 브랜드의 유기농 우유와 치즈가 바로 여기서 공급되고 있다. 특히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와 일부 유기농 치즈 제품은 고창지역 젖소농가들이 납품하는 원유로만 생산한다.

고창은 넓은 초지, 청정한 자연환경과 함께 서해의 바닷바람이 사계절 내내 부는 등 젖소를 키우기 좋은 곳으로 익히 알려졌다. 매일유업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2000년대 초 유기농 우유사업의 생산기지로 고창을 택한 이유다.

지난 3일 고창지역에서 만난 낙농가들과 유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고창에는 64호의 젖소농가가 있다. 이중 유기농우유 생산에 뜻을 같이한 일부 농가들이 매일유업·고창군과 협력해 2008년 별도의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이후 같은 해 6월 ‘매일 상하목장’이라는 유기농 우유가 처음으로 출시됐으며, 현재 20여호 농가가 매일유업 상하공장에 유기농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농가 대부분은 상하공장·상하농원과 인접한 고창군 상하면 일대에서 목장을 운영 중이다.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우유는 지난해 기준 국내 유기농 우유시장의 90% 이상(업계 추정)을 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블루보틀의 국내 매장에도 고창에서 생산되는 상하목장 우유가 납품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고창지역의 우수한 원유를 바탕으로 유업계 최초로 지난 2016년 10월 목장 전체와 유기농 우유 전 제품에 안전관리통합인증인 ‘HACCP(해썹) 황금마크’를 받았다. 안전관리통합인증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이처럼 상하목장 우유와 치즈가 생산되는 고창지역의 낙농가들과 얘기해보니, 모두들 생산하는 우유 품질에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인접한 영광 한빛원전 때문에 안전성에 불안감을 갖는 농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젖소를 키워온 농가 A씨의 경우, 매일유업에 유기농 원유를 납품한 경험이 있다. A씨는 “목장을 운영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혹시나 하는 우려와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한빛원전에서 사고가 나거나 위험성이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운영하는 목장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젖소농가 B씨는 “상하면부터 한빛원전이 있는 영광 홍농까지 농로로 가면 차로 15분밖에 안 걸릴 정도로 가깝다”며 “한빛원전이 외부차단을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최근 큰 구멍(공극)이 났다는 소식에 괜한 겁부터 나더라”고 우려했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 입구. (사진=박성은 기자)
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 입구. (사진=박성은 기자)

사실 이러한 농가들의 불안감은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 탓은 아니다.

한빛원전과 전남대병원이 고창지역 젖소농가를 대상으로 오염 유무를 파악하고자 매월 무작위로 샘플링 검사를 하고 있는데, 관련결과를 알려준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빛원전에서는 이상이 있을 경우 해당 농가에 고지한다고 하지만, 지금껏 농가들은 생산한 원유의 방사능 노출 수준·오염도 등 상세한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영광 한빛원전 3~4호기에서 발견된 200여개의 공극과 같은 사고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도 한빛원전은 단 한 번도 인접 농가에게 관련 상황을 전파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한빛원전과 유기농 우유 생산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얘기하는 농가들도 있다.

매일유업에 유기농 원유를 납품하는 농가 C씨는 “상하면에 있는 목장들과 한빛원전 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고, 품질이 철저히 관리되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상하농원·상하공장과 한빛원전 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고창읍에서 직접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상하면 소재의 상하농원과 상하공장은 고창읍에서 차로 30여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상하농원과 상하공장 간의 거리는 100여미터(m) 지척에 있을 정도로 바로 붙어 있다.

동승한 택시기사 D씨는 “상하농원·상하공장에서 한빛원전까지 가는 길에 바다를 끼고 구시포항과 구시포해수욕장이 있다”며 “구시포항 방파제에서 영광 한빛원전을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무척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상하농원 인근 땅에 과거 핵폐기물처리장 설치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는데, 주민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농원에서 구시포항까지는 차로 겨우 3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직접 방파제에서 바라보니 바다 건너편에 원형의 원전들이 너무도 쉽게 보였다. 어림잡아 육안으로 1㎞ 거리 정도에 불과했다.

구시포항에서 얘기를 나눴던 지역주민 E씨는 “원전이 이렇게 가까운데 만에 하나 방사능 오염수가 이쪽 해안에 유출되면 정말 큰 일”이라며 “근데 오염이 됐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상하농원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고창 구시포항 방파제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1.8배줌) 영광 한빛원전. (사진=박성은 기자)
상하농원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고창 구시포항 방파제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1.8배줌) 영광 한빛원전. (사진=박성은 기자)

한빛원전의 방사선비상계획 구역도에 따르면 고창지역과 한빛원전과의 최소거리는 3㎞에 불과하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의 핵·방사성 폐기물 관련사건을 살펴보면, 상하면 해안 일대에서 1988년부터 어패류가 집단폐사하고, 인근 마을에서 기형가축이 잇따라 태어나는 등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편 매일유업은 지금껏 원전관리기관이 고창을 비롯한 인접 지역에 이상이 없다고 검증한 만큼, 제품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일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원전과 관련해 불안감을 조장하는 루머가 돌고 있는데, 실제 문제가 있다면 영광과 고창은 물론, 부산 기장 등지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을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느냐”며 “실제 지역별 방사능 수치를 확인해 봐도 고창이 서울·강원 등 타 지역보다 낮다”고 말했다.

식품 품질·안전관리 소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관련 입장을 물어본 결과,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리적 환경 요인에 따라 불안감을 가질 순 있겠으나, 이 점에 대해 식약처가 입장을 표명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정정 및 반론보도] 매일유업 “상하목장 우유 안전성에 문제없다”

본지는 지난 9월6일 ‘누더기 원전, 유업계 불똥’ 제목의 기사에서 ‘한빛원전과 전남대병원이 고창지역 젖소농가를 대상으로 오염유무를 파악하고자 매월 무작위로 샘플링 검사를 하고 있는데, 관련 결과를 알려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빛원전과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월 1회 고창 우유의 오염 검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매년 개최하는 주민설명회 또는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상하목장 제품이 한빛원전과 직선으로 5킬로미터(Km)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고창군의 젖소농가에서 유기농 원유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방사능 안전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취지로 보도한 데 대해 매일유업과 고창지역의 농가는 “상하목장 브랜드 목장의 토양, 물, 원유 채취 검사 결과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없음이 확인되는 등 특별히 상하목장이 한빛원전으로부터 배출되는 방사능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없어 상하목장 우유에서 세슘과 삼중수소가 검출된 적이 없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고, 한빛원전이 현재까지 안전할 뿐만 아니라 한빛원전 인근지역의 방사능 수치 역시 정상이라는 점이 확인됐으며, 그 원전주변에 거주하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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