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대전 중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40대 남자가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 경찰이 이 남자의 신원을 확인해 집으로 찾아가니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딸도 숨져 있었고, 남자의 소지품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됐다. 집 문 앞에서는 우유대금을 7개월 동안 내지 못해 20여만원이 미납됐다는 고지서가 놓여있었다.
3일에는 80대 노모와 50대 지체 장애인 형을 부양하고 있는 50대 둘째 아들이 노모와 형을 살해하고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사건이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최근 먹고 살기가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경제적 고통이 극단적 선택을 부추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를 비롯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다양한 복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제대로 지원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잘 갖춰진 사회복지제도도 국민이 모른다면 쓸모가 없다.
기본적으로 복지사각 문제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관련 관계자들 99%가 아직도 복지사각지대가 많다고 인식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가려진 그림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서비스 공급자의 99.4%가 복지사각이 존재하고 43%는 ‘사각지대가 많다’고 답했다. 주변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제도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자신이 대상자에 해당되는 것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사각지대 발생의 주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송파 세모녀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취약계층이 받을 수 있는 복지정보를 몰라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이 확충하는 한편, 위기의 가구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달부터 2개월 동안 위기가구 발굴 긴급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으며, 전국 읍면동에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설치를 2021년까지 1년 앞당겨 완료하고, 사회복지와 간호직 공무원 1만5500명을 읍면동에 확대 배치키로 했다.
복지 시책은 강화돼야 하지만 ‘사후 약방문’식 대책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형편이 어려우면 삶이 더 팍팍해지기 마련이다. 방치되고 소외된 사람들은 없는지 우리 주변을 한번 돌아볼 일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