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첨단사업처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흔히 ABCD의 시대라고도 한다. A는 AI(인공지능), B는 빅데이터, C는 클라우드 컴퓨팅, D는 데이터 분석 또는 데이터 스피드를 뜻한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고,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주체는 대기업도 중견기업도 아닌 바로 스타트업이다.
제주어로 ‘재기재기(빨리빨리)’, ‘요망지게(당차게)’ 움직일 수 있는 스타트업이야말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제주산업의 미래는 스타트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가 오랫동안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가 편중된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1차 산업과 3차 서비스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편중된 산업구조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2의 카카오, 제2의 쏘카와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제주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제주도에 창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제주혁신성장센터에서 불고 있는 바람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벤처붐 확산 등 정부 정책의 선도적 이행을 위해 제주혁신성장센터를 설립했다.
ICT 융복합 분야, 자율·전기 자동차 분야, 소셜벤처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청년들의 취·창업 커뮤니티 공간도 구축했다.
현재 약 30개 기업, 100여명의 창업가 및 근로자들이 미래의 유니콘 기업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오픈한지 반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업체인 ‘블로코’는 총 9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이끌어 냈고, 꽃뱅이을 원료로 한 숙취해소제 ‘벵주야’를 개발한 ‘제주황굼’은 미국, 홍콩, 베트남 등에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인도네시아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테이션 기반 관광형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브이패스’와 지역 연계 액티비티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디스커버제주’의 경우, 총 20여명을 신규채용했고 연중으로 인력을 충원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올해 말에 완성되는 ‘EV Factory’에서는 KAIST 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의 전문기술과 인력이 투입돼 벤처기업과 협업하며 디젤 트럭을 하이브리드차로 개조하는 R&D(연구개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렇게 제주혁신성장센터는 기업들의 혁신과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머지않아 순수 제주 조랑말이 유니콘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제주의 불리한 기업 입지 여건 극복을 위해서 갈 길이 멀다. 편향된 산업구조에 따른 부족한 인프라와 전문인력, 높은 물류비, 취약한 접근성, 좁은 내수 시장에 높은 주거비까지… 큰 꿈을 품고 제주에 온 창업가들이 부딪히게 되는 현실이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제주에서 창업하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더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전문가인 액셀러레이터도 중요하지만, 공공이 앞장서서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가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가속페달(액셀러레이터) 뿐 아니라 조향장치인 운전대(스티어링 휠)와 전조등(헤드라이트)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여행을 떠나는 기업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어둠을 밝혀주는 존재가 돼주는 것. 그것이 이 시대 공공기관들의 사명이 아닐까.
/김경훈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첨단사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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