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원전, 유업계 불똥(上)] 한빛원전 재가동, 불안한 영광
[누더기 원전, 유업계 불똥(上)] 한빛원전 재가동, 불안한 영광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9.06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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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국내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 증가
3·4호기에만 200여개 공극…“철저하고 면밀한 검사·보수 선행돼야”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정문에 주민들이 내건 재가동 반대 현수막. (사진=동지훈 기자)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정문에 주민들이 내건 재가동 반대 현수막. (사진=동지훈 기자)

“원전은 뭣헌다고 다시 가동한다는지…원전 때문에 잠잠한 날이 없어요.”

전남 영광군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A씨는 지난 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발표한 한빛원전 6호기 임계 허용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임계는 정상 출력에 도달하기 위해 핵연료의 핵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원안위는 약 세 달간의 정기검사 끝에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6호기의 임계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전 주민들은 당장 큰 동요를 보이진 않았으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주민들은 임계 허용 결정이 나온 6호기 외에도 가동이 중단된 1, 3, 4호기와 관련해선 재가동을 서두르기보다 철저하고 면밀한 검사와 보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5월30일부터 6호기 가동을 멈추고, 임계 전까지 수행해야 하는 88개 항목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원안위는 검사에서 원자로 임계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 재가동 방침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안위는 9개 항목에 대한 후속검사를 끝으로 정기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빛원전 인근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예상외로 덤덤한 모습이다. 한빛원전이 설치돼 가동된 지 30여년 넘게 지나 원전 자체가 주는 불안은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다만, 주민들은 원전에서 200여개에 달하는 공극이 발견될 정도로 누더기 상태인 원전 격납 건물 보수는 확실하게 마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정문 인근에 1호기 재가동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8월9일 한빛원전 1호기 출력 급상승 사건을 조사한 뒤 주제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재가동을 허용한 바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정문 인근에 1호기 재가동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8월9일 한빛원전 1호기 출력 급상승 사건을 조사한 뒤 주제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재가동을 허용한 바 있다. (사진=동지훈 기자)

한빛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원전이 가동된 지도 오래됐고, 구멍이 있다는 사실도 예전부터 들어서 지금 당장 불안하지는 않다”면서 “원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만큼 검사나 보수 등을 허투루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를 모는 C씨는 “발전소도 부품으로 지어진 기계인 이상 자동차처럼 시간이 지나면 고장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주민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고장난 부분을 제대로 고쳐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빛원전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D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있다는 소식이 없어 덤덤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벽에 뚫린 구멍이나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주민 동의 없는 원전 재가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빛원전 1, 3, 4호기 폐쇄를 위한 범시민 비상회의와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은 지난 8월28일 한빛원전 앞에서 ‘한빛핵발전소 1호기 재가동 결정 규탄대회’를 열고 △원안위·한빛 1호기 사건 진상조사 △주민 동의 없는 원전 재가동 반대 등을 주장했다.

규탄대회는 같은 달 9일 원안위가 출력이 급상승했던 한빛원전 1호기 주제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조건으로 재가동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반발 차원이었다.

이들 단체는 “원안위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그에 따른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검토해 수립해야 한다”며 “지역주민들의 재가동 승인 없이는 결코 가동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광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원전사고 우려에 따라 낙농가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새나오고 있다. 영광지역 인근엔 매일유업 유기농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jeehoo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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