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NG 노조 '부당노동행위 주장'에 사측 '조목조목 반박'
현대ENG 노조 '부당노동행위 주장'에 사측 '조목조목 반박'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09.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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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직급 제한했다" VS "합의 제안한 것일 뿐"
"홍보메일 무단 삭제" VS "근거 없는 회사 비방 담겨"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입구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노동조합이 '파업 출정식'을 개최하는 가운데, 홍순관 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입구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노동조합이 '파업 출정식'을 개최하는 가운데, 홍순관 민노총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노조가 사측의 5가지 부당노동행위를 지적하며,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회사가 노동조합 조합원 직급을 제한하고, 노조 홍보메일을 무단으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은 "조합원 가입 직급에 대한 합의를 제안한 것 뿐이고, 홍보메일에는 근거 없는 회사 비방이 담겨 있었다"며 노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현대엔지니어링지부(이하 현엔 노조)는 지난 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현엔 노조는 이날 핵심 쟁점인 조합원 직급(대리) 제한을 비롯해  △조합 가입 홍보 방해 △불법적인 취업규칙 변경 및 고지 △주 52시간 근무 미준수 △노사협 근로자 대표위원 선출과정 독점 등 5가지 내용을 문제 삼았다. 이번 파업은 현대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최초로, 이날부터 이틀간 노조 간부들만 참여하는 부분 파업 형태로 진행한다.

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 체결조건으로 대리급 이하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협의할 시 노조 사무실과 노조 전임자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사내 통신망을 차단해 노조 홍보 메일을 직원들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삭제하는 등 조합 가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현엔 노조는 사측이 노동자 업무에 관해서도 부당한 착취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사측이 실제로는 1시간 가량인 휴게시간을 2시간으로 규정해 노동자들이 오전과 오후 30분씩을 무급으로 더 일하는 상황이라는 논리다. 또, 지난해 7월 현장수당을 현장가산수당으로 바꾸고 토요일을 유급휴일에서 무급휴일로 바꾸는 등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이를 노동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현엔 노조는 지난해 2월부터 19차례에 걸쳐 교섭에 임했지만, 사측이 교섭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고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위원 선출과정을 독점·은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노조 측에서 대표로 발언한 홍순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통령도 노조하기 좋은 나라를 이야기하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은 아직도 (노조원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며 "부당하고 잘못된 부정노동행위에 대해 정부가 단호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노동조합을 포함한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들이 '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노동조합을 포함한 건설기업노조 관계자들이 '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반면, 현엔 측은 이런 노조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먼저 핵심 쟁점인 조합원 직급 제한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회사가 대리급까지로 제안을 한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과장급은 보직자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보직자는 법에서 정한 사용자 입장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합의를 제안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노조와) 합의를 봐서 진행을 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합 가입 홍보 방해에 대해서는 "조합에 가입하라는 홍보성 메일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었다"며 "조합원 자체적으로 네이버 카페를 운영 중인데, 조합원들 간 공유할 수 있는 정보까지 사내 메일을 보내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불법적인 취업규칙 변경 및 고지에 대해서는 "당시 3~4일간에 걸쳐 대강당에서 설명회를 했다"며 "직원들 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위직급자는 다 제외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 미준수 부분은 "현장 감독은 성실히 되고 있다"며 "어느 현장에서 어떻게 (근로시간이) 안 지켜지는지, 뭉뚱그려서 얘기하는 부분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라든지 모든 업무적인 부분에서 일이 갑자기 생기는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할 수는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협 근로자 대표위원 선출 과정에 있어서는 "그룹에 공지를 띄워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후보를 선정했고, 당시 노조에서도 후보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투표는 철저히 익명이 보장됐다"고 말했다. 또 "19차례나 교섭이 이어졌다는 것은 양측이 의지가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노동조합 간부 조합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 노동조합 간부 조합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