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철회' 공식화…'제2의 우산혁명' 결실
홍콩 '송환법 철회' 공식화…'제2의 우산혁명' 결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9.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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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4일 거리에 설치된 TV 화면을 통해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4일 거리에 설치된 TV 화면을 통해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홍콩시민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지 3개월 만에 마침내 홍콩 정부가 '법안 철회'를 발표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4일 오후 입법회 의원,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등 친중파 진영과 회동한 자리에서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날 오후 6시 미리 녹화된 TV 연설을 통해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알렸다.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 선언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둘러싼 갈등은 상당히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시민들은 이를 '제2의 우산 혁명'의 승리로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작지 않은 희망을 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게

또 홍콩 시민들로서는 지난 2013년 국가보안법 반대 투쟁에 이어 두 번째의 승리를 맛보게 된 셈이기도 하다.

다만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대의 다른 4가지 요구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향후 갈등의 불씨를 남겨 놓았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었다.

캐리 람 장관은 앞으로 홍콩 시민 들을 만나 시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듣고, 홍콩 사회 갈등의 뿌리 깊은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대만 등의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반대해 홍콩 시민들은 지난 6월 초부터 이달 2일까지 88일의 지난한 투쟁을 벌여왔다. 이 기간 홍콩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수는 무려 118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의 시발점은 지난 6월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모여든 집회다. 이는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뒤 일어난 최대 규모 시위였다.

거센 민심의 분노에 놀란 캐리 람 장관은 6월 15일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밝힌 데 이어 7월 9일 송환법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법안의 공식적인 철회는 거부하자 시위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태도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면서 정부의 수용을 촉구했다.

대부분 시위대는 평화로운 집회나 행진을 벌여왔다. 그러다 지난 7월부터는 점차 폭력적인 양상으로 바뀌었다.

충돌이 격화하고 시위의 반중국 성격이 갈수록 짙어지자 중국 중앙정부는 무력개입의 목소리를 키웠다. 중국 관영 매체는 '폭력 시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거듭 주문했다.

송환법 철폐로 시위는 마무리 됐으나 이번 사태로 노골적인 반중국 정서와 함께 일국양제(1국가 2체제)의 불안정성이 드러났다는 점은 분명하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