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야흐로 민간 외교 시대
[기자수첩] 바야흐로 민간 외교 시대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9.0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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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外交官). 참 멋진 이름이다. 명석한 두뇌와 품격 있는 언행, 뛰어난 통찰력과 판단력. 뭐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무엇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명확한 직업의식에 기반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최근 외교의 영역이 외교관이라는 특정 신분에 한정하지 않고 점점 확장하는 양상을 보인다.

얼마 전 부영그룹 우정교육문화재단이 서울에서 개최한 행사를 통해 이런 변화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2010년 시작해 올해로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지만, 4년째 부영그룹을 출입처로 삼고 있는 기자도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보도자료로만 접하던 것과 규모나 내용면에서 많이 다른 느낌이어서 놀랐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행사인데, 참가 인원만 200여명은 족히 돼보였다. 114명 장학생 외에도 35개국에서 온 대사와 외교관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저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하는 자리겠거니 했는데, 기자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거대한 외교의 장이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외교부 관계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민간 혼자 힘으로 만들어 낸 광경이라는 게 놀라웠다.

민간 차원의 외교가 가진 잠재력은 상상 이상이다. 정부가 직접 나설 때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것이 기업을 넘어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또 다른 파급력을 지닌다.

지금 우리가 일본과 치르고 있는 외교전에서도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민간 외교 활동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외교에는 회유와 압박 두 가지 카드가 존재하는데, 개인의 카드 선택은 정부나 기업보다 훨씬 자유롭다. 일본 불매 운동은 우리 국민이 동시다발적으로 압박 카드를 꺼내 든 경우다.

바야흐로 민간 외교 시대다. 더욱이 지금처럼 국내외 정세가 혼돈에 빠져있을 때일수록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갑을 꺼내 구석구석을 잘 살펴보자.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외교관 명함이 쓰일 날을 고대하며 빛나고 있을지 모른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