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일 3시간 고난의 통근길…"왜 동탄에 와서 이 고생을"
[르포] 매일 3시간 고난의 통근길…"왜 동탄에 와서 이 고생을"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09.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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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서울행 버스는 '콩나물시루'
믿었던 SRT는 접근성 낮고 정기권 구하기도 '별 따기'
급격한 동탄 인구 증가로 교통난 갈수록 심화 우려
지난 2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 신논현역 인근 한 의류매장 앞에 광역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지난 2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 신논현역 인근 한 의류매장 앞에 광역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3기 신도시 조성을 적극 추진 중인 가운데,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3기 신도시가 '선교통, 후분양'이라는 방침을 정했지만, 2기 신도시까지만 해도 '선분양, 후교통'이 일반적이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새 도시에 둥지를 튼 주민들은 고단한 일상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2기 신도시 중 한 곳인 동탄2신도시 주민들의 출퇴근길을 동행해봤다.

◇ 탈 수 있을까?…지루한 기다림

"매일 출근길에 부모님께서 동탄1 버스 종점까지 태워다 주세요. 저희 집 앞에 서는 버스는 이미 사람이 꽉 차서 못 타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거주하며 강남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홍 씨(23)의 말이다.

지난 2일 오후 6시50분께 신논현역 인근의 A 의류매장 앞. 이곳에는 동탄 1·2신도시를 비롯해 수원과 평택 등 수도권 각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광역급행버스와 일반 버스가 정차한다.

정류장 바닥에는 M4434와 M4403, M5438 등 여러 버스 번호가 적혀있는데, 번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갈래로 나눠 줄을 선다. 사람이 많다보니 번호에 맞는 줄을 헷갈려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3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 서초구 신논현역·영신빌딩 동탄2신도시행 6002번 버스정류장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지난 3일 오후 6시30분 서울시 서초구 신논현역·영신빌딩 동탄2신도시행 6002번 버스정류장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이곳에 서는 버스는 일명 'M버스'로 불리는 광역급행버스와 '빨간 버스'로 불리는 광역버스 두 종류로 나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빨간 버스는 좌석버스임에도 입석해 갈 수 있지만, 국토부가 운영하는 M버스는 안전상의 문제로 입석을 제한하고 있어 좌석이 꽉 차면 무조건 다음 차를 타야 한다.

홍 씨는 "6002번 버스는 저희 집 앞에 서지 않아서 집 앞에 서는 M버스를 타야 하는데, 입석이 안 되니 버스 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또, 강남으로 토익 학원을 다니는 이 씨(25)는 "강남역에서 버스를 타려면 앞 정류장에서 탄 사람들 때문에 3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무거운 토익 책을 들고 한 정거장 전(신논현역)으로 걸어가서 버스를 탄 적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버스와 노선이 같은 전세버스와 광역버스 등이 운행 중이지만, 여전히 수요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4일 오전 7시40분경 동탄2신도시 상록·테크노벨리·GS자이 정류장 앞 전광판에 서울 강남역으로 향하는 6001버스 잔여 좌석이 0석으로 표시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4일 오전 7시40분경 동탄2신도시 상록·테크노벨리·GS자이 정류장 앞 전광판에 서울 강남역으로 향하는 6001버스 잔여 좌석이 0석으로 표시되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 가깝고도 먼 SRT는 '그림의 떡'

이처럼 동탄 주민들은 수요에 비해 부족한 버스 때문에 매일 출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대체 수단으로 SRT 통근열차가 있지만, 이마저도 좌석이 한정돼있다.

SR은 원가보다 45~50% 저렴한 금액에 SRT 정기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열차당 최대 54매만 판매해 이 또한 경쟁이 치열하다. 버스 대신 SRT를 이용해 출근하려는 사람들은 매일 오전 7시에 열리는 '정기권 수강신청'에 도전하지만, 구입 성공률은 극히 낮다.

동탄2신도시에 거주하는 김 씨(37)는 "SRT 정기권은 대학교 수강신청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며 "7시부터 신청할 수 있는데 1~2분만 늦어도 (좌석이) 마감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SRT 출근을 생각하고 서울에서 동탄에 이사 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막상 SRT 표 끊기도 어렵고 버스도 활성화돼있지 않다 보니 나중에는 광역버스에 의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오후 8시42분 텅 빈 SRT 동탄역 입구. (사진=이소현 기자)
지난 3일 오후 8시42분 텅 빈 SRT 동탄역 입구. (사진=이소현 기자)

SRT를 이용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김 씨의 말대로 접근성이다. 동탄 입주민 사이에서는 SRT 동탄역까지 버스 인프라 조성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SRT 동탄역에는 공항버스를 제외하고 20여개 버스가 거쳐가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동탄2신도시 내 조성된 모든 아파트 단지를 아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동탄역하고 연계된 버스가 정말 적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SRT역까지 가는 것조차 힘들다"며 "왜 동탄으로 이사와서 매일 3시간을 출퇴근하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이처럼 동탄 주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출퇴근길 대란은 당분간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대표적인 광역교통수단으로 추진 중인 GTX-A 노선은 지난해 말 착공식을 열었지만, 실제 착공까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고, 트램은 아직 기본계획수립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GTX-A노선 개통 시기에 대해 "2023년 말 개통 예정"이라며 "약 5년 정도 뒤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폭주하는 출퇴근 인구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최근 남동탄 지역을 중심으로 상반기 분양이 이어지면서 입주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만 동탄2신도시에 약 3000여세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4일 오전 7시쯤 동탄1신도시 다은마을(중) 정류장에서 주민들이 강남역으로 향하는 M4403버스를 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4일 오전 7시쯤 동탄1신도시 다은마을(중) 정류장에서 주민들이 강남역으로 향하는 M4403버스를 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소현 기자)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