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업계 소송전 몰두한 사이 中 기업 급성장
韓 배터리업계 소송전 몰두한 사이 中 기업 급성장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9.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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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야디, 아우디에 배터리 공급 논의 중
ESS시장서도 中 업체 글로벌 행보 빨라져
정부 중재에도 LG화학-SK이노 소송전 격화
(사진=LG화학)
(사진=LG화학)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급성장한 중국 배터리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비야디(BYD·比亞迪)와 독일 자동차업체 아우디가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비야디는 지난 5월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3위(15.2%)를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 완성차업체 아우디와 비야디는 합작사 설립 등 깊은 관계로 발전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야디는 지난 5월 시장점유율을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p) 높이고, 최근 일본 도요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공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는 그동안 아우디에는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가 주로 공급됐기 때문에 아우디와 비야디의 협력 관계 발전으로 국내 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전기차 배터리 이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화재사고와 원인조사로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 업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는 비야디가 오는 2021년부터 일본에서 공장과 발전소용 ESS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기업인 중국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의 경우, 내년부터 일본 태양광 발전설비 제조업체와 협력해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ESS를 판매한다.

일각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중국 CATL과 비야디, 일본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거두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특허 침해, 명예훼손 등으로 서로 소송을 내며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 사업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30일에는 미국에서도 맞소송을 결정했다.

양측은 자사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 ITC와 법원에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막대한 소송비용 지불과 함께 한 업체가 패소할 경우 미국 시장 판로는 사실상 막힐 것이란 풀이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와 청와대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에 원만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두 업체가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어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측은 모두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앞으로 정부가 다시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업체 간 다툼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배터리산업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원만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