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80주년 행사가 열린 1일(현지시간)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폴란드를 찾아 조국의 잘못을 사죄하고 거듭 용서를 구했다. 이미 80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의 사과는 진정성을 느끼기 충분했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사과를 전한 것은 아니다. 독일의 지도자들은 틈틈이 과거사를 반성하며 사과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1970년에는 당시 서독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가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며 사죄하는 모습으로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은 준바 있다. 이후에도 독일의 사과와 보상은 계속돼 왔으며, 또 한 번 역사의 현장에서 직접 긴 사과문을 전한 것이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사과문을 통해 ‘유럽 어느 곳에서도 나의 모국어인 독일어를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 곳은 없다’며 폴란드를 향한 깊은 유감을 표했다. 모국어를 쓰는 게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부끄럽고 죄스럽다는 표현인 것이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또 ‘과거는 끝나지 않았다. 전쟁의 역사가 뒤로 갈수록 반대로 중요한 기억들은 선명해진다. 무기가 멈추면 전쟁이 끝나지만 그 영향은 세대를 이어가는 유산이다’라며 ‘우리는 독일인들이 폴란드에 가한 상처를 잊지 않을 것이다. 폴란드 가족들의 고통, 그들의 저항한 용기를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어로 한 번 더 우린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독립운동가인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독일 대통령은 역사를 잊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전범국인 독일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일본과 사뭇 대조적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일본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대신 눈을 감고 귀를 막은 듯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이미 오래 전 끝낸 문제를 한국이 다시 들먹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수출제한 등의 경제보복이나 일삼으며 강성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한일 갈등이 계속되면서 양국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일본 내 강경 대응 여론도 날로 커지는 모양새다. 이날 일본 한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답변이 67%에 달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도 6%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정부는 이런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더욱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일로 태세로 유지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늬우치는 점이 있길 바란다. 반드시 늬우치고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전범국인 일본이 취해야 할 자세일 것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