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가을 공공의 적 '발열성 질환'을 공개수배 합니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가을 공공의 적 '발열성 질환'을 공개수배 합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09.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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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권 시화병원 제6내과 과장
 

높고 푸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코 끝을 간지럽게 스쳐가는 청명한 가을이 오면 삼삼오오 단풍 구경과 캠핑을 떠나는 일이 잦아지고, 농부들은 봄에서 여름 동안 정성스레 가꾼 곡식과 과일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들판에서 손길이 분주해진다. 또한 우리 민족 대명절 추석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척들과 함께 조상의 묘를 찾아가 손질하고 돌보기 위해 풀과 잡초가 많은 산을 찾게 된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가을에는 9월에서 11월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가을철 발열성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가을철 발열성 질환이 위험한 이유는 상당 기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과 같이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구별이 쉽지 않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발현될 수 있다.

활기차고 즐거운 가을 야외활동을 방해하고 동시에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 대표적인 가을철 발열성 질환 쯔쯔가무시증과 렙토스피라증을 공개수배한다.

△ 감기 증상과 비슷한 쯔쯔가무시증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인 쯔쯔가무시증은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뒤 1~3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발한, 두통, 결막충혈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나면 구토, 기침, 근육통, 복통 및 인후염이 동반되며 피부가 겹치고 습한 가슴, 겨드랑이, 복부, 종아리 부위에 좁쌀 크기(직경 5~20mm)의 가피(부스럼딱지)가 생긴다. 감염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게 되면 비교적 용이하게 회복되지만 단순 감기몸살로 착각하여 치료시기를 놓치면 급성 신부전, 뇌수막염, 폐렴 등의 중대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쯔쯔가무시증은 아직까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없고 재감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스스로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야외 활동 시에는 긴팔, 긴바지, 긴 양말 등을 착용하여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풀밭에서는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으며 자리에 앉을 땐 돗자리를 펴서 앉고 사용한 돗자리는 바로 세척하여 햇볕에 말려야 한다. 활동 후에는 즉시 몸을 씻고 옷을 세탁해야 하며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무릎 뒤 등 진드기가 붙어있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진드기에 물린 것이 확인된다면 억지로 제거하지 말고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생제 투약 이외에도 동반된 증상이나 합병증에 대한 대증적인 치료(인공호흡기 사용, 혈액투석 등)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치료법들이다.

설치류 매개 감염병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들쥐, 개, 소, 돼지 등의 야생동물 소변으로 오염된 물, 습한 토양 또는 식물 등이 손상된 피부나 점막에 닿아 감염되며, 1~2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혈액과 뇌척수액에서 균이 자라는 렙토스피라 패혈증기(발열기)가 4~9일 지속된다. 이때 갑작스러운 고열과 근육통, 두통,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기력이 저하된다거나 정신이 혼미해지는 이상 증세를 보일 수 있다. 평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중증 환자의 경우 발병 후 급격히 임상증상이 진행되어 신부전증, 전신 출혈 등과 같은 증세를 보이며 황달이나 신장 손상이 있는 경우 최대 30%까지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

렙토스피라증 역시 개발된 백신이 없으며 발병 5일 이내 항생제(penicillin G 혹은 doxycycline 등)를 투여한 경우 발열 기간과 입원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경증 감염 환자의 경우 빠르게 회복하며 2~3주 후에는 전반적으로 증상이 회복되는 편이다.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염된 물에서 목욕과 수영을 하지 않아야 하며 논이나 고인 물에서 작업 시 손발이 닿지 않도록 고무장갑과 장화를 꼭 착용하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야외 작업 후 발열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가을철 열성 발질환의 범인! 털진드기와 설치류 등의 야생동물에 주의하고 감염 예방법을 숙지하여 야외활동하기 좋은 가을을 건강하게 즐겨보자.

/정해권 시화병원 제6내과정해권 과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