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퇴근 3시간 고난과 맞바꾼 '주거안정'
[기자수첩] 출퇴근 3시간 고난과 맞바꾼 '주거안정'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09.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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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개통 예정인 GTX-A 노선 착공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기 신도시 건립 당시 GTX를 기반으로 교통 요충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동탄신도시 입주민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동탄이 교통 요충지는커녕 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꼴이 되면서 출퇴근 불편이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동탄과 수서를 잇는 SRT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동탄 주민들의 발이 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동탄2신도시의 경우 아파트 단지들과 SRT 동탄역을 이어주는 마을버스는 턱없이 부족하고, 배차 간격이 길어 주민 대부분이 SRT를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삼기 어렵다.

동탄역에 가까운 곳에 거주하더라도 SRT를 타고 매일 출퇴근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SR이 출퇴근 승객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반값 요금을 적용한 정기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열차당 최대 54매로 한정된 정기권 물량은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동탄 주민들은 SRT를 포기하고 광역급행버스인 M버스를 주된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M버스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지 오래다. 출퇴근길 버스정류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열차도 버스도 부족한 동탄의 교통 인프라는 총체적 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 문제는 GTX 개통 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불어나는 동탄의 통근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남동탄 지역을 중심으로 상반기 분양이 이어지면서 동탄2신도시 입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동탄2신도시(동탄 4~7동) 인구는 2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에만 약 3000여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특히 GTX도 SRT처럼 역 접근성과 비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탄~삼성 간 GTX 1회 편도 요금은 3900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일반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정부 구상대로 동탄이 교통 요충지로 거듭나고, 서울 출퇴근 수요를 제대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이는 동탄 주민만의 문제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수도권 주거안정을 목표로 대규모 신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부 정책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매일 3시간가량을 출퇴근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민들에게 '주거안정'이라는 탁상대책이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