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50대기업 해부24] 코오롱, 뜨거운감자 '인보사' 후폭풍 부담
[신아-50대기업 해부24] 코오롱, 뜨거운감자 '인보사' 후폭풍 부담
  • 나원재 기자
  • 승인 2019.09.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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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전 회장 올해 초 사퇴했지만 책임론 여전
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이미지 하락 등 불가피
코오롱 과천 본사 사옥. (사진=장민제 기자)
코오롱 과천 본사 사옥. (사진=장민제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 10조7000억원인 재계 30위 코오롱그룹은 건설과 유통사업 부문의 성장을 가시화하고 있다.

다만, 제약사업 부문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논란은 후폭풍이 상당하다.

인보사를 제조한 코오롱티슈진은 주식예탁증서(DR)에 대한 상장폐지에 무게가 실리고 있고, 계열사에 대한 악영향은 그만큼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도 인보사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사퇴를 결정했지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전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에 대해 여전히 최대주주인 만큼 입김은 여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력 계열사 무난한 성장…인보사 불똥 우려

코오롱그룹은 순수지주회사인 코오롱을 중심으로 산업자재, 화학소재, 필름·전자재료, 패션·의류를 제조·유통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건설·상사사업을 영위하는 코오롱글로벌을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상반기 약 2조207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약 2조1556억원 대비 500억원 넘게 확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006억원에서 1101억원으로 95억원 늘었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상반기 약 1조664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약 1조7542억원 대비 주춤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3억원에서 559억원으로 두 배 넘는 성장을 달성했다.

코오롱그룹은 순수지주회사인 코오롱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올해 초 사퇴했지만 여전히 지주사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의 인보사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 지배구조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이며, 기사와 일부 다르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이미지=공정위)
코오롱그룹은 순수지주회사인 코오롱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올해 초 사퇴했지만 여전히 지주사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의 인보사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 지배구조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이며, 기사와 일부 다르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이미지=공정위)

그룹은 이와 함께 환경사업을 영위하는 코오롱에너지와 의약품 제조·유통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제약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코오롱에너지의 경우 올해 8월 연료전지 사업을 하는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와 케이에이치파워를 흡수합병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순수지주회사인 코오롱은 올해 상반기 기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각각 32.04%, 75.23%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은 1년새 양사에 대한 지분율을 각각 29.3%에서 2.74%, 74.4%에서 0.83% 끌어올렸다.

코오롱은 이와 함께 코오롱생명과학(20.3%), 코롱베니트(100%), 코오롱아우토(99.3%), 엠오디(50.0%), 코오롱엘에스아이(100%), 코오롱제약(48.1%), 코오롱오토모티브·이노베이스·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각각 100%)도 최대주주로써 지배하고 있다. 인보사 논란의 중심에 선 코오롱티슈진의 경우,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율은 각각 27.26%, 12.58%다.

코오롱은 현재 이웅열 전 회장이 49.74%이 지분을 보유해 여전히 최대주주다. 주목할 대목은 이 전 회장의 코오롱 지분율은 1년 전 43.5%에서 49.74%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 전 회장은 현재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대해서도 각각 14.40%, 17.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올해 초 그룹 회장직을 포함한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지배력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입김은 여전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으로 인보사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이어지는 만큼 이 전 회장에 대한 책임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인보사 사태 최장 3년…주주 불안 가중

인보사 사태 여파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지면서 코오롱 전체 계열사에 대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6만여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도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란 판단에 불만은 커지고 있다. 그룹 입장에선 인보사 사태를 일단락 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달 26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코오롱티슈진 DR에 대한 1차 상장폐지를 결정해 공시했다.

기심위는 코오롱티슈진이 코스닥 상장 당시 제출한 서류에서 중요한 사항이 허위 기재 또는 누락됐다고 보고 상장폐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6월 상장 청구 서류 제출 시 인보사 2액의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판단의 결과다.

같은 해 3월 미국 임상용 제품 위탁생산 업체 론자는 검사를 통해 2액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293 세포)로 확인됐다는 사실을 코오롱티슈진에 알렸다.

이와 관련한 기심위의 이번 결정은 오는 18일경 코스닥시장위원회 재심의를 거쳐 가려질 예정이이다. 하지만, 코오롱티슈진이 이의를 제기하면 3차까지 이어져 논란은 최대 2년까지 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코오롱티슈진의 지속가능성 의문도 상장폐지 사유가 됐다. 기심위는 인보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코오롱티슈진의 신약개발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 품목허가도 취소돼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에 무게가 실리면서 모회사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코오롱 그룹 전체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할 수 있다.

실제 기심위 결정 후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 주식은 일제히 하락했다.

게다가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6만여명의 소액주주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는 전체 주주의 99.99%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1795억원(지분율 36.66%)에 달하지만, 현재 코오롱티슈진 거래는 중지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코오롱티슈진은 기심위가 1차 상장폐지를 심의한 같은 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중단 해제를 위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공지했다.

앞서 FDA는 지난 5월3일 성분 변경 등을 이유로 코오롱티슈진 측에 자국 내 임상 3상을 중단한다는 공문(Clinical Hold Letter)을 발송했다.

코오롱티슈진이 제출한 자료는 FDA 공문 내 ‘임상 중단(Clinical Hold) 해제를 위한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이다.

자료에는 △세포 특성에 대한 확인시험 결과 △최종제품에 대한 시험 및 품질 관리 시스템 향상 등 시정조치 계획과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한 자료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티슈진은 공지사항에서 “FDA의 결정 또는 회신에 따라 주주 여러분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사항이 발생하는 경우 지체 없이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코오롱티슈진의 행보는 미국 임상 재개 과정에 있는 점을 강조해 주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을 뒤집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황은 이렇지만, 인보사 투여환자들은 코오롱티슈진이 충분한 사과와 합당한 보상 없이 미국 임상 재개를 추진한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투여환자의 공동 소송을 대리하는 엄태섭 변호사는 “상장폐지는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사진=연합)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사진=연합)

이어 “코오롱티슈진이 지금이라도 피해환자들과 주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합당한 배상으로 제약기업으로서 일말의 양심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심의 일정이 잡히기 전부터 제출이 계획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원래 7월 말에서 8월 중 FDA에 해당 자료를 보내기로 해서 지난주에 발송했다”며 “자료를 보낸 뒤 통상 2~3일이 걸리는데, 여기에 미국과의 시차 등 여러 상황이 더해져 26일에 접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폐지 심의 결과가 나온 날 의도적으로 공지사항을 올린 것 아니냐는 추측에는 “상장폐지 심의 결정과는 관계없이 이전부터 계획됐던 일정대로 진행한 것”이라며 강조했다.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코스닥시장위원회 등 이후 절차에 집중해 상장폐지는 막는다는 방침이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남아있는 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국 임상 재개를 위해서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다음 편에서 OCI의 미래 경쟁력을 살펴볼 예정이다.)

nwj@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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