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용 2심 ‘파기환송’…삼성 투자 등 차질 불가피
대법, 이재용 2심 ‘파기환송’…삼성 투자 등 차질 불가피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8.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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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심서 원심판결 중 뇌물 추가 인정…오너리스크 우려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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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일부를 파기 환송한 가운데, 삼성전자에 위기감이 감돈다. 재계에선 반도체 불황,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적 악재 해소에 바쁜 삼성전자가 오너리스크로 발목을 잡혔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을 열고 이 부회장의 원심판결 중 일부를 파기환송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원심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이 뇌물액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에 비춰 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통령의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삼성은 말 소유권을 최서원(최순실)씨에게 넘긴 게 아니며 말 3마리 구입비 등을 제외한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부정했다.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이 최씨 등에 있었기에 뇌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관련 뇌물 공여, 재산 국외 도피, 피고인 이재용의 국회 위증 등에 관한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파기환송심에선 이 부회장의 뇌물혐의에 대한 재판단과 뇌물·횡령액이 재산정될 예정이다. 뇌물혐의가 추가되고, 횡령액도 증가한 만큼 이 부회장의 형량은 늘어날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재계는 갈 길 바쁜 삼성전자가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혔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외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영전반을 이끌 총수의 존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메모리 시장 불황으로 영업이익 악화, 미·중 무역 분쟁 과정에서 애플의 견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설 등 다양한 악재에 직면해왔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2조8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7.95%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작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한 이 부회장은 그간 대규모 투자·채용계획 등을 결정해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4월 ‘반도체 2030 비전’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의 전문 인력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메모리 시장의 과잉 공급과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달 초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출장, 긴급 사장단 회의 개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 지시 등으로 분주한 날을 보내기도 했다.

이달 들어선 지난 6일 삼성전자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평택(9일), 광주(20일)에 이어 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26)을 찾으며 현장경영을 이어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환경에선 총수의 영향력은 아직 크다”며 “전문경영인을 둔다 해도 매년 실적으로 평가받는 만큼 장기 투자계획을 세우거나 긴급사안에 대응하기엔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수년간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고 미래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