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딜 수 없을 만치 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닐지도 몰라’ 도종환 시인의 시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의 마지막 단락이다. 남녀가 연애를 하면 소위 “콩깍지가 씌인다”고들 한다. 설령 도 시인의 시처럼 견딜 수 없을 만치 고통스럽던 시간이 오더라도 ‘콩깍지’ 덕분에 견디고 감내해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완성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 시인의 시에서 ‘사랑’은 단지 남녀 사이의 사랑만을 읊조린 것만으로 보기보다는 광의적 의미에서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에 대한 열정(Passion)을 묘사했다고 해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도의 열정이나 갈망, 애정에 금이 갈 때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우리 국민들은 ‘촛불혁명’ 이후 현 정권에 대해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개혁’의 시작점을 목도하고 설레어 왔다. 그런데 요즘의 정치적 상황을 보면 과연 국민을 위한다던 ‘개혁’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지 좀처럼 찾아지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그 ‘개혁’의 선봉에 서겠다던 이의 “국민께 송구”는 낯설기 그지없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전 방위적 압수수색을 바라보는 이들의 한편은 조 후보와 당청을 ‘콩깍지’로 극복하려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견딜 수 없을 만치 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내고 있는 듯하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던 윤석열 호의 검찰은 마치 모든 준비가 돼 있던 것처럼 거침없는 수사를 펼쳐나가고 있다. ‘전광석화(電光石火)’라는 말이 딱 들어맞아 보인다. 이를 두고 각종 시나리오들이 떠돌며 말들이 많다. 검찰이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거나, ‘사법개혁’의 완성을 천명한 조 후보자에 대한 퇴출 또는 기선제압이란 설도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어떤 것은 억측 같고 또 어떤 것은 맞는 것도 같다.
조 후보자와 서울대 동기이자 친구 사이로 알려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인터넷방송에서 “친구야 이제 그만하자”고 했는가 한 반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의 조국 법무부장관 압수수색에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으로 본다”고 직설하며 “‘검찰의 적폐’가 다시 시작됐다”고 비판 했다.
검찰은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어떠한 정치적 계산도 개입돼선 안 될 것이다. 또 당청은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고 객관적 잣대를 적용해 국민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여당은 공정하고 공평하며, 정의로운 ‘사람이 먼저인 나라’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등에 업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인식하고 이럴 때 일수록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사랑하는 이를 멋있게만 보기 위해 눈을 감아선 안 되는 법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