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페이스북은 과연 몰랐을까
[기자수첩] 페이스북은 과연 몰랐을까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8.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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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의 행정소송이 ‘입법미비’로 일단락 됐다.

이번 소송은 페이스북이 작년 방통위로부터 받은 과징금(약 4억원) 등의 행정처분에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페이스북은 2016년 말부터 이듬해까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KT에 마련된 캐시서버에서 해외로 변경해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는데, 국내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방통위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설령 페이스북이 그런 의도로 접속경로를 변경했어도 추가 입법으로 명확한 제재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를 처벌할 규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페이스북에게 면죄부를 던진 셈이다. 현행법에서 통신망 품질보장의무는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만 부과된다. 항소를 예고한 방통위로선 새로운 논리 발굴이 과제다.

페이스북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싶은 모습이다. 박대성 페이스북 대외정책 총괄 부사장은 지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호접속고시 변경’을 이번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했다. 또 “처음부터 통신망 저하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페이스북의 ‘예측하지 못했다’는 말에는 의문이 든다. 페이스북은 글로벌에서 톱5 데이터센터 투자사로 꼽힌다. 인터넷 통신망을 직접 운영하진 않지만, 수십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관리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관련 노하우는 필수다.

특히 국내 캐시서버를 운영하는 목적이 좀 더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인 만큼, 접속경로를 해외로 돌릴 경우 통신망 품질저하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지 않았을까. 글로벌 IT공룡 페이스북의 궁색한 변명이 아쉽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