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앓는 소방관들…100명 중 5명 '자살 위험군'
마음의 병 앓는 소방관들…100명 중 5명 '자살 위험군'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8.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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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5만명 전수조사…1년간 외상사건 7.3회 경험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소방 공무원 100명 중 5명은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된 것으로 조사됐다. 마음의 병을 앓는 소방관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소방청은 28일 전국 소방공무원 5만755명을 대상으로 자살 관련 설문내용을 종합분석한 결과를 담은 '2019년 전국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전수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9%에 해당하는 2453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행동이 우려되는 상황인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최근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소방관도 전체의 8.9%(4436명)나 있었고, 응답자 중 1566명(3.1%)은 1년간 고의로 자신을 때리는 등 자해를 시도했다.

자해를 시도한 소방관 중 53명은 자해 행동을 할 때 죽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들의 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어섰다.

이외에 수면장애 위험군은 81.1%에 달했고, 음주습관장애(62.3%), 우울증(67.9%) 위험군 비율 역시 높았다.

실제로 소방관들은 최근 1년간 소방활동 중 외상사건(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평균 7.3차례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외상사건 경험으로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심폐소생술 대상이 완전 심정지 되는 경우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부패해 심한 냄새가 나는 시신 수습 △위험한 정신질환자에게 도움 제공 등이 꼽혔다.

소방관들의 감정노동 문제도 심각했다.

감정노동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29.4%가 민원응대 과부하로 따로 관리를 받아야 하는 '관리필요군'으로 나타났다.

민원응대 과부하는 재난 대응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어내지 않을 때 수반되는 감정노동을 의미한다.

한편, 이번 조사는 소방청과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공동으로 PTSD와 우울증 등을 포함한 15개 분야 208개 항목에 걸쳐 두차례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됐다.

자살위험과 주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1차 설문에 4만9649명이, 감정노동 등에 대한 2차 설문에 4만8469명이 응답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