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클라우스 슈밥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생소했던 개념은 몇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손 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다. 인간 중심적인 스마트 라이프 환경을 표방하는 스마트홈의 확산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과거의 인텔리전트홈은 4차 산업혁명의 요소기술이 결합하면서 이제 주거환경의 편의성, 거주성, 안전성을 한 차원 높여주는 생활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건설업은 제조업, 서비스업과 공동으로 조명, 난방, 가스, 가전의 제어에서부터 승강기 호출, 가족 위치추적까지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갈수록 빨라지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에 대응해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기반을 구축하고, 30년까지 건설 자동화를 완성하겠다는 목표 하에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산업 전반에 널리 퍼져있으나,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수준은 일부 대규모 상위 업체를 제외하면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대표적인 스마트 건설기술로서 다른 기술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BIM의 적용실태는 그러한 문제점을 보다 명확히 보여준다. BIM이 공공부문 건설사업에 처음으로 적용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대다수 업체들은 여전히 도입을 망설이고, 산업 전반의 BIM 기술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여기에는 기술적 요인보다는 도입비용 부담, 전문인력 부재, 프로세스 미비와 같은 비기술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발주된 BIM 과업은 전문업체 외주로 처리하는 비율이 높아 기술력 축적을 기대하기 어렵고,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BIM 소프트웨어조차 갖추지 않은 회사가 상당수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적정 활용에는 공공 발주기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발주기관들은 경직된 조직체계, 다층적 의사결정 구조, 잦은 인사이동, 기존 방식의 고수 등으로 인해 신기술 수용에 적극성이 부족했다. 이제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익숙한 생산방식이나 업무수행방식과의 결별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 건설사업에 스마트 건설기술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분야별 업체를 포함한 전체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아울러 무리한 전환보다는 점진적 도입을 기본으로 발주물량을 확대하되, 당장 BIM을 소화할 수 없는 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한시적인 인센티브 제공, 관련 기준과 라이브러리 구비 등 시행기반을 탄탄히 해 모처럼 찾아온 건설산업 혁신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준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건설”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장의 굵은 땀방울, 막일, 부실공사, 3D업종 등 낡고 구시대적인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첨단기술이 적용된 강남의 초고층 타워를 보며 출근하고, 스마트 도시 수출에 대한 기사가 빈번하게 지상에 오르내리는 실상을 생각해 보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본격적인 적용은 이러한 이미지 반전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국내 건설산업은 과거의 화려한 실적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산업 저변에서부터 지식기반 첨단산업으로의 변신과 내실화를 추구해야 한다. 앞으로 자동화된 설계는 지능화된 방식으로 최적화를 추구하고, 지어질 건물 구석구석을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론이 떠 있는 시공현장의 각종 장비는 무인화돼 있고, 실시간 센서, 3D 스캐닝, 3D 프린팅이 적용되면서 안전사고와 하자가 옛말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